추신수가 직접 밝힌 출루율 상승의 비결은 무엇일까.
7년 1억3000만달러에 텍사스맨이 된 추신수. 추신수가 이렇게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의 활약도 중요했지만, 올 시즌 신시내티에서 보여준 리드오프로서의 자질 때문이었다.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고, 4할2푼3리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리그 최강의 톱타자로 발돋움 했다. 특히 출루율은 지난해 3할7푼3리에서 4할2푼3리로 뛰어올랐다.
파워, 스피드를 갖췄지만 출루율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던 추신수가 환골탈태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추신수는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 번째는 타격 자세의 변화다. 아예 자신의 폼을 바꿨다는 게 아니다. 2스트라이크 이전과 이후 폼을 달리 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전까지는 볼카운트에 상관없이 타격폼이 항상 같았다. 하지만 올 해 확실한 1번 타자로 나서면서 2스트라이크 이후 변화를 줬다. 출루율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엔 배트를 짧게 잡고 스탠스를 넓혀 컨택트에 더욱 치중했다. 공이 포수 미트에 들어갈 때까지 오래 보면서 집중력을 더욱 높였다.
이는 추신수가 시애틀 마이너리그 시절 때 했던 것. "마이너리그에서는 그것이 원칙이었다. 올 해 신시내티에서 1번 타자로 나서면서 그때가 생각나서 하게 됐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실제 추신수는 2스트라이크 이후 출루율이 지난 시즌 2할9푼4리에 그쳤는데 올시즌에는 3할4푼8리로 향상됐다.
사구 공포를 떨쳐낸 것도 한 원인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집요하게 추신수의 몸쪽을 공략했다. 그 결과 몸에 맞는 볼이 많이 나왔고, 2011 시즌 샌프란시스코전에서 상대 좌완 조나단 산체스의 투구에 맞아 왼손 엄지가 골절됐다. 심리적으로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추신수는 "정신과 의사 상담도 받았다. 여러 조언을 들었지만 이미 겁을 먹고있으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왼손투수가 사인을 교환한 후 몸만 움직여도 공이 내 몸쪽으로 날아올 것 같았다"고 실토했다.
추신수는 올시즌에도 무려 26번이나 사구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신력은 확연히 달랐다. 추신수는 "공을 피하려고 타격 자세를 바꾸면 내가 더 불리해진다"며 "맞으면 아프지만 부러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해는 풀고 싶었다. 자신이 타석에 붙기 때문에 많이 맞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다른 선수들이 타석에 붙지 않는데도 사구가 많은 이유를 나에게 물어보기도 했다"는 추신수는 "선수들이 내 장단점을 알고 던진다. 만약 실투가 되더라도 가운데로 쏠리지 않도록 더욱 내 몸쪽으로 던지기 때문에 몸쪽으로 향하는 공이 많고 난 피하지 않을 뿐이다"고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