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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탄 구단주가 연출한 카디프시티의 막장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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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시티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가 않다. 그 중심에는 말레이지아 출신의 '괴짜 구단주' 빈센트 탄이 있다.

버자야그룹 회장인 탄 구단주는 2010년 5월 카디프시티를 인수했다. 그는 500억 원이 넘는 사비를 쏟아부엇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51년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승격을 이뤄냈다. 이때까지 카디프시티 팬들은 탄 구단주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승격 후 탄 구단주의 욕심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전조는 유니폼 교체였다. 탄 구단주는 아시아 마케팅의 요량으로 카디프시티의 상징과도 같은 파란색 대신 붉은색 유니폼으로 교체했다. 팬들의 불만에도 탄 구단주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탄 구단주는 곧바로 선수단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말키 맥케이 감독의 오른팔이었던 이언 무디 스카우트 팀장을 내쳤다. 무디 팀장은 현 선수단의 핵심선수들의 영입을 진두지휘한 카디프시티의 숨겨진 브레인이었다. 맥카이 감독과도 긴밀한 사이였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도 놀라웠지만, 후임자로 지목한 이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무디 팀장 대신 스카우트 팀장 자리에 오른 이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알리셰르 압실리아모프였다. 축구계에서의 경력이 전무한 23세의 청년이었다. 그는 탄 구단주 아들의 친구로, 카디프시티와의 인연이라고는 지난 여름 경기장 외벽에 페인트를 칠한 것이 전부였다. 다행히 알실리아모프는 취업비자를 받지 못했다. 탄 구단주의 어이없는 선택에 카디프시티는 결국 수석 스카우트 없이 중요한 1월이적시장을 맞이하게 됐다.

선수 영입에도 탄 구단주의 입김이 들어갔다. 탄 구단주는 2012년 여름 약 34억 원(추정치)를 들여 NK마리보르로부터 벨리코냐를 영입했다. 벨리코냐 영입과 관련해 구단의 어느 관계자와도 합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결정이었다. 벨리코냐 영입 배후에는 포르투갈 출신의 슈퍼에이전트 호르헤 멘데스와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벨리코냐는 멘데스 에이전트사 소속 선수다. 탄 구단주는 당초 벨라코냐의 몸값으로 평가된 10억원의 세배가 넘는 금액을 투자했다. 축구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멘데스와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탄 구단주는 자신의 결정에 반기를 든 무디를 해임시키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벨리코냐는 비싼 주급을 수령하면서 1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경기에 출전에 그쳤다.

탄 구단주의 전횡은 맥케이 감독과의 알력 싸움으로 절정에 달했다. 탄 구단주는 경기 중 감독의 고유 권한인 전술 변화 및 선수 교체에 간섭하더니 급기야는 맥케이 감독 경질에 나섰다. 맥케이 감독은 새로운 명장으로 각광받는 지도자다. 다른 팀들이 군침을 흘릴 정도다. 그러나 탄 구단주의 생각은 다르다. 표면적인 이유는 선수 영입 요청 때문이다. 맥케이 감독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3명의 선수를 영입해 팀의 전력을 강화시키고 싶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추가 지출을 꺼린 탄 구단주는 이에 격노했다. 탄 구단주는 즉각 사임을 권했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해임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 과정에서 선수 영입, 전술 등을 지적하며 맥케이 감독의 자존심을 긁기도 했다. 특히 여름에 영입한 선수들에게 과도한 이적료를 지불했다며 투덜거렸다.

맥케이 감독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매일 팀을 위해 준비하고 일을 할 뿐이다"며 맞서고 있지만, 탄 구단주가 해임을 결심한다면 패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팬들은 모두 맥케이 감독의 편이다. 리버풀전에 동행한 카디프시티 서포터스는 탄 구단주를 비난하고 맥케이 감독의 잔류를 외쳤다. 잉글랜드 축구계도 탄 구단주의 횡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브렌단 로저스 리버풀 감독은 "탄 구단주는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카디프시티의 정신력을 바꿔놓고 승격을 일군 맥케이 감독에게 이러한 대우는 적절치 못하다"고 했다. 일단 탄 구단주는 계속된 비난에 한발 물러선 느낌이다. 메흐메트 달만 카디프시티 회장은 "탄 구단주와 맥케이 감독이 조만간 만나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탄 구단주의 돈은 카디프시티에 EPL 승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러나 그 선물은 재앙으로 바뀌었다. 카디프시티 팬들은 탄 구단주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배바지만 봐도 고개를 젓는다. 과연 이 막장드라마의 결과는 어떻게 될지. EPL 연착륙에 성공한 김보경에게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