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 몸값 상한제의 무용론이 확산되면서 최근 철폐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계약금과 연봉 총액 30만달러에 묶여있고 재계약할 땐 전년도 액수의 25%만 올려줄 수 있도록 돼 있는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제는 예전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항상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이에 대한 개정의 움직임도 나왔지만 항상 마지막엔 존속이 발표됐었다. 아무리 무용지물이 됐다고 해도 계약협상을 할 때 "원래 30만달러밖에 못주게 돼 있지만 우린 좀 더 줄게"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최근 몸값 상한제의 무용론이 더 커지는 것은 누가봐도 30만달러엔 올 수 없는 거물급 선수들이 줄줄이 영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메이저리그는 발만 담궜던 선수들이 많았고 한국에 오기전 1∼2년은 마이너리그에서만 머물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상당수가 꽤 많은 메이저 경력을 자랑한다. SK가 새롭게 영입한 루크 스캇은 루크 스캇은 올시즌에도 탬파베이에서 91경기나 뛴 메이저리거다. 타율 2할4푼1리, 9홈런, 40타점으로 활약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시즌의 반 이상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889경기에 출전했고 타율 2할5푼8리, 135홈런, 436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 559경기를 뛰었으니 메이저 경력이 훨씬 많았던 선수다.
한화가 영입한 타자 펠릭스 피에도 메이저리그 425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두산의 호르헤 칸투도 메이저리그에서 104개의 홈런을 때려낸 강타자 출신이다.
한국의 외국인 선수 영입의 경쟁자는 일본이다. SK에서 뛰며 다승왕에 올랐던 세든이 일본 요미우리에 입단 하는 등 일본은 한국보다 큰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일본엔 한국에 온 선수보다 더 뛰어난 선수들만 오는걸까.
그렇지 않다. 한국과는 다르게 좀 더 다양한 선수들이 일본 무대를 노크한다. 한국은 외국인 선수 보유가 한정돼 있다. 올시즌까지는 2명이었고 내년부터 3명으로 늘어난다. 그렇다보니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잘하는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고 눈높이가 높아져 이제는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 중간 정도의 선수를 영입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는 즉시전력감을 데려온다. 하지만 미래를 내다보거나 가능성이 있는 선수를 데려오기도 한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군에 등록되는 외국인 선수는 4명으로 제한돼 있지만 보유수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육성을 하기위해 어린 선수를 데려오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도 메이저리그 출신을 분명히 선호한다. 이런 선수는 당연히 비싸다. 올해 재팬시리즈 우승팀인 라쿠텐은 22일 케빈 유킬리스 영입을 발표해 야구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유킬리스는 올해는 뉴욕 양키스에서 28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지만 통산 타율 2할8푼1리, 150홈런, 618타점을 기록했다. 일본 언론의 추정으로는 계약금 포함해 총액 3억엔에 라쿠텐 유니폼을 입었다. ESPN은 유킬리스가 연봉 400만달러에 인센티브 100만달러 등 최대 500만달러에 계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KIA에서 뛴 적이 있는 트래비스 블랙클리도 라쿠텐에 거액을 받고 입단했다. 지난 2011년 KIA에서 뛰었던 트래비스는 올해 메이저리그 휴스턴과 텍사스에서 46경기에 등판해 3승5패,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왼손투수라는 희귀성이 보태져 계약금 포함 총액 2억엔을 받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1억엔 이하의 액수에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 세든은 요미우리와 총액 8000만엔에 계약했다. 한화 약 8억1200만원이다. 최근 한국팀이 외국인 선수에 100만달러 이상의 액수를 준다고 하는 것을 보면 세든이 요미우리로 간 액수는 분명 그리 많지 않은 액수다.
11년간 메이저리그에서 383경기에 출전했던 내야수 코디 랜섬은 세이부와 9000만엔에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2할1푼3리에 30홈런, 105타점.
내일 1년째의 연봉 05년 바티스타(소프트 뱅크)의 5억 2500만엔이 최고. 일본 방문 전년의 04년 엑스포즈에서 32홈런, 110타점을 기록해 메이저 통산 214홈런과 현역 바리 바리의 거물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95년의 맥(요미우리 자이언츠)과 미첼(다이에)이 4억엔, 97년 그린 웰(한신)가 3억 6000만엔. 통산 215발의 87년 호너(야쿠르트)은 3억엔으로 방일했다. 한국에서 주로 영입하는 메이저리그와 트리플A의 경계선에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정도의 액수에 계약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한국의 상한선인 30만달러보다도 못한 액수에 오는 선수도 있다. 지바롯데는 최근 외국인 외야수 채드 허프만과 연봉 15만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에서 뛴 허프만은 지바롯데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계약하게 됐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외국인 선수 중 첫해에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선수는 2005년 소프트뱅크에 입단했던 토니 바티스타의 500만달러였다. 당시 메이저리그 통산 214홈런을 때려냈던 바티스타는 입단 직전해에 몬트리올에서 32홈런을 터뜨리며 괴력을 과시했고, 계약금 500만달러에 연봉 500만달러로 2년 계약을 했었다. 하지만 그해 타율 2할6푼3리, 27홈런, 90타점을 기록한 뒤 다음해 연봉도 받는 조건으로 해고됐다.
일본에서 검증된 선수들은 좀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을 한다. 올해 오릭스에서 이대호와 함께 뛰었던 아롬 발디리스는 2년간 총액 1억5000만엔에 요코하마와 계약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6년간 42승을 거둔 제이슨 스탠릿지와 2년간 총액 4억엔에 계약했고, 올해 세이부에서 9승1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87을 기록한 사파테와는 2년간 2억엔에 계약했다. 니혼햄에서 뛴 선발투수 브라이언 울프와도 2년간 3억엔에 계약했다.
외국인 선수의 계약을 보면 한국인 선수가 일본에 진출할 때 많은 액수를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오릭스와 2년간 총액 7억엔에 계약했었고, 오승환은 한신과 2년간 계약금 2억엔에 연봉 3억엔, 인센티브 5000만엔씩해 총액 9억엔을 받기로 했다.
이는 한국선수들의 검증된 실력과 함께 마케팅 측면도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한국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하면 한국 방송사의 중계권료 수입이 생길 수 있고, 한국 기업들이 야구장이나 유니폼 등에 광고를 하기도 한다. 또 지역내 한인들의 야구장 러시도 기대할 수 있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