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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그대' 전지현 원맨쇼 우려, 김수현이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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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커플'. 부부의 인연을 맺은 톱스타 부부들에게 이런 말을 붙이곤 한다. 장동건-고소영 커플과 이병헌-이민정 커플이 대표적인 케이스. 그런데 또 하나의 '세기의 커플'이 탄생한 듯하다. 실제 커플은 아니다. 드라마 속 남녀 주연 호흡을 맞춘 두 톱스타의 얘기다. 바로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김수현 커플이다.

시청률 성적부터 남다르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이 드라마는 15.6%의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MBC '미스코리아'(7.0%)와 KBS '예쁜 남자'(3.5%)를 가볍게 따돌렸다.전지현과 김수현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배우들이다. 전지현은 가장 강한 기를 뿜어내는 30대 초반의 여배우 중 한 명. 김수현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또래의 남자 배우 중 김수현과 같은 농익은 연기력와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는 많지 않다. 이 두 사람이 만나 일으킨 화학 작용이 시청률 1위 달성의 원동력이 됐다.

사실 이 두 사람의 화학 작용은 묘한 구석이 있다. 다른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들은 상대방을 배려해주고 서로에게 맞춰가는 모습을 통해 화학 작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보통. 그러나 전지현과 김수현은 드라마 속에서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각자의 매력을 극대화시켜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매력 만점의 두 사람이 서로의 매력을 뽐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화학 작용을 만들어내는 것. 과거 한 차례 호흡을 맞췄던 영화 '도둑들'에서도 그랬고,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그렇다.

전지현은 톱스타 천송이 역을 맡았다. 엉망진창의 노래 실력으로 소찬휘의 노래 'Tears'를 불러 젖히고, "갈릭 피자에서 왜 마늘 냄새가 나는지 모르겠다"며 백치미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엽기적인 그녀'다. 전지현은 12년전 자신이 출연했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펼쳤다. 원맨쇼에 가까웠다. 전지현의, 전지현에 의한, 전지현을 위한 드라마라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이런 부분 때문에 첫 방송을 앞둔 '별에서 온 그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전지현이 이처럼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면 자칫 김수현을 비롯한 주변 캐릭터들이 가려져 버릴 수도 있었기 때문. '별에서 온 그대'로선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아무리 주연 여배우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더라도 주변 인물들이 자리를 못 잡고, 스토리 전개마저 삐걱댄다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일. 하지만 첫 방송이 된 뒤 이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졌다.

제작진의 노련한 연출 덕분이기도 했지만, 김수현의 톱스타로서의 아우라가 영향을 미친 결과이기도 했다.

김수현은 외계인 도민준 역을 연기했다. 성숙미가 느껴지는 중저음의 음성. 또래 배우들에겐 찾을 수 없는 김수현만의 장점이다.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에서 단단하게 중심을 잡아줬다. 존재감 측면에서도 전혀 전지현에게 밀리지 않았다. '별에서 온 엽기적인 그녀'가 될 뻔 했던 이 드라마를 제 자리에 가져다 놓은 것이 바로 김수현이었다.

전지현은 첫 방송이 되기 전 김수현에 대해 "같이 호흡을 하면서 저희가 합쳐졌을 때 부족하지 않은 느낌이 든다.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다. 반짝이는 스타 두 명이 만나 서로를 더욱 반짝이게 만들고 있다. 이 정도의 화학 작용을 보여준 드라마 속 커플이 또 있었을까.

한편 '별에서 온 그대'는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톱스타 천송이의 기적과도 같은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로서 전지현과 김수현 외에 박해진, 유인나 등이 출연한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