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일만의 선발출격, '베테랑'의 위용은 여전했다.
박지성(32·PSV에인트호벤)이 16일(이하 한국시각) 네덜란드 스타디온 할겐바르트에서 열린 위트레흐트와의 3013~2014시즌 에레디비지에 17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7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미스터리한 부상을 했던 박지성의 선발 출격은 9월 28일 AZ알크마르전 이후 79일만이다.
4-3-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로 나선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으로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를 통해 상대 수비진을 흔들던 박지성은 안정된 경기 조율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박지성이 진두지휘하자 팀이 180도 바뀌었다. 전반에 폭발한 네 골 중 두 골에 간접적으로 관여했다. 1-0으로 앞선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에서 정확한 패스로 상대 집중력을 흐트러뜨렸다. 데파이가 골로 마무리지었다. 박지성은 전반 30분에도 세 번째 골에 기여했다. 중원에서 상대 수비수 뒷 공간으로 찌르는 패스를 넣었다. 문전으로 돌파한 로카디아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박지성의 빠른 상황 판단력과 정확한 패스가 돋보였다. 전반 43분에는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직접 오른발 슛을 날리기도 했다. 특히 적극적인 압박과 수비 가담도 일품이었다.
박지성은 에인트호벤에 천군만마였다. 측면과 중원에 든든한 조력자가 생기자 나머지 공격수들의 파괴력이 증가했다. 이날 데페이와 마헤르는 각각 두 골씩 넣었다. 로카디아도 한 골을 보탰다. 에인트호벤은 5대1로 위트레흐트를 대파했다. 에인트호벤은 6승5무6패(승점 23)를 기록, 11위에서 9위로 순위를 두 단계 끌어올렸다.
박지성의 활약에 에인트호벤이 리그 7경기 연속 무승(2무5패)의 고리를 끊자 현지 언론도 박지성을 극찬했다. 네덜란드의 언론 'AD'는 '박지성이 에인트호벤의 울타리이자 지렛대'라며 '박지성이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필립 코쿠 에인트호벤 감독도 베테랑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는 경기 후 열린 인터뷰에서 "박지성이 우리팀 전술에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는 오늘 큰 발걸음을 디뎠다. 이제는 전반기를 좋게 마무리하는게 매우 중요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지성도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마침내 이겼다. 경험이 많은 선수로서 어떻게 부진에서 벗어나는지 잘 알고 있다. 에인트호벤은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번 승리가 우리가 깨어났다는 신호가 될 것이다. 에인트호벤은 젊은 팀이다. 승리하는 분위기만 탄다면 누구도 멈출 순 없다. 난 그것을 도와야 한다." 박지성의 부활과 동시에 부진에 빠졌던 에인트호벤이 다시 깨어나기 시작했다.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