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올시즌을 앞두고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 얇은 선수층이었다. 지난 수년간 신인 드래프트에서 즉시 전력감을 뽑지 못하면서 백업 요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 신 감독은 "올시즌 베스트 6명중에 한명이라도 빠지면 큰일"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 왼손 공격수 박철우(28)가 손가락 탈골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박철우는 10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전에서 수비도중 왼 새끼손가락을 다쳤다. 상대팀 송명근이 때린 공을 받아내기 위해 몸을 날려 디그했다. 이 과정에서 새끼손가락이 바닥에 부딪히며 꺾였다. 박철우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움켜쥔 채 김명진과 교체돼 코트를 떠났다.
다음날인 11일 박철우는 수술대에 올랐다. 골절되는 과정에서 인대와 동맥이 함께 끊어졌기 때문이다. 중상이었다. 삼성화재는 "박철우가 왼 새끼손가락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며 "길게는 6주간 경기를 뛰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신 감독은 전화통화에서 "어째 좀 잘 된다 했어"라며 헛 웃음을 지었다. 박철우는 예년과 달리 올시즌엔 초반부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경기중엔 외국인 선수 레오와 함께 쌍포를 가동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코트 밖에선 주장 고희진과 함께 팀워크를 다잡는 역할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화재는 박철우의 공백이 클 수 밖에 없다.
신 감독은 "2월초쯤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동안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며 "박철우를 대신해서 뛰었던 김명진으로 끌고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진은 팀내 유일한 왼손 공격수다. 하지만 김명진은 올해 입단한 신인이다. 경험이 없는 게 큰 흠이다.
신 감독은 "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틀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레오를 라이트로 돌리는 것도 무리"라면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명진을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1라운드를 1위로 마친 이래 줄곧 순위표 맨 위에 올라 있는 삼성화재가 박철우의 복귀까지 얼마만큼 버텨낼지가 남자 배구판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