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감독님이 직접 쓴 쪽지를 주시던데요."
8일 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지소연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8일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 레이디스와의 2013년 몹캐스트컵 국제여자클럽선수권 결승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고베 아이낙의 4대2 승리를 이끌며 MVP(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지소연의 활약에 힘입어 고베 아이낙은 올시즌 3관왕(정규리그, 컵대회, 클럽선수권)의 위업을 이뤘다. 시상식에서 엠마 헤이스 첼시 레이디스 감독이 지소연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프랙티스 잉글리시(Pratice English)'라고 하셨어요. 영어공부 열심히 하라고. 하하."
지소연을 향한 헤이스 감독의 관심은 지대했다. 직접 쓴 쪽지도 건넸다. '잉글랜드에서 다시 꼭 만나고 싶다.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씌어 있었다. 2년 전 아스널 사령탑이었던 헤이스 감독은 이미 그때 일본에서 뛰는 한국의 '지메시'를 눈에 담아뒀다. 헤이스 감독을 사로잡은 건 2011년 도요타비츠컵 아스널과의 결승전이었다. 수비수 4명을 순식간에 벗겨내는 '메시 빙의골'을 터뜨렸다. 지소연은 우승과 함께 MVP로 선정됐다. 2012년 제1회 몹캐스트컵에선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올림피크 리옹과 맞붙었다. 지소연은 선제골을 터뜨렸다.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내주며 분패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MIP(Most Impressive Player)를 받았다.
2013년 상대는 헤이스 감독이 이끄는 첼시였다. '첼시 이적설'의 중심에서 구단 관계자들의 시선이 지소연에게 집중됐다. 지소연은 침착했다. 문전 오른쪽에서 쇄도하는 다카시 메구미를 향해 날카로운 킬패스를 찔러주며 선제골을 도왔고, 수비수를 앞에 둔 채 세번째 골을 직접 꽂아넣으며 '지메시'의 존재감을 뽐냈다. "공격에 욕심을 내긴 했지만 긴장하진 않았어요. 찬스가 오면 절대 놓치지 말자 생각했죠." 다짐대로 '원샷원킬'이었다. 또다시 MVP로 선정됐다. 아스널, 리옹, 첼시, 유럽 강호들을 상대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줬다. "(MVP를) 매년 제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오늘도 저 말고 3명의 선수가 골을 넣었는데…. 팀 선수들에겐 좀 미안해요"라며 웃었다. "머리가 진짜 큰 인형을 부상으로 받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받은 감자과자 선물이 낫죠. 동료들과 나눠먹을 수 있으니까"라고 농담했다.
2011년 고베 아이낙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일본 나데시코리그에서 성공적인 세 시즌을 보냈다. 일본축구가 여자월드컵 우승, 런던올림픽 은메달로 가장 잘나가던 시기에, 일본 대표들이 즐비한 고베 아이낙에서 결코 기죽지 않았다. 동아시안컵 일본전에선 나홀로 2골을 넣으며 '최강' 일본의 콧대를 꺾었다. 2년 연속 나데시코리그 베스트일레븐에 선정됐다. 마지막 클럽선수권을 MVP로 마무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지소연은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 여자축구 최강 고베 아이낙의 주전이다. 고베 역시 지소연의 잔류를 희망한다. 파격적인 조건도 검토하고 있다. 스물두살 지소연은 익숙한 곳에 안주하기보다 큰무대를 향한 도전을 꿈꾼다. 한국 여자축구 에이스로서의 책무를 늘 잊지 않고 있다. "제가 아시아에서밖에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에 한국축구를 알리고 싶어요"라고 했다. "유럽진출은 동료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무엇보다 제가 할 일이기 때문에…"라고 덧붙였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여자월드컵 개최를 언급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죠. 꼭 성사시켜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반색했다. 고려대에 여자축구부가 생긴다는 말엔 "대~박이죠!"라고 소리쳤다. 첼시 레이디스와는 현재 세부조건들을 협상중이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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