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어리석은 일을 해서…."
'상남자' LG 박용택의 쿨한 참회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박용택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페어플레이상 수상자로 선정돼 가장 먼저 상을 받는 기쁨을 누렸다. 페어플레이상은 뛰어난 성적과 함께 평소 경기에 임하는 성실한 자세와 관중을 대하는 매너, 심판과 기록위원의 판정에 승복하는 태도 등 타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선수에게 돌아가는 상이다. 박용택은 올시즌 최다안타 공동 2위, 타격 4위, 득점 5위, 출루율 10위를 기록하며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깨끗한 매너와 친절한 팬서비스는 기본이었다.
수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박용택은 "사실 내가 페어플레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생각했다. 제 스스로 쑥쓰럽다"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겸손한 소감으로 시작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어서 폭탄발언이 이어졌다. 박용택은 "야구를 좋아하시는 팬분들이라면 2009년 사건을 잘 아실 것이다. 페어플레이를 해야할 위치에 있었는데, 그 시기에 그렇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어리석은 일을 했다"고 고백했다.
사연은 이렇다. 박용택은 2009 시즌 막판까지 홍성흔(당시 롯데)과 치열하게 타격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쳤다. 문제는 타격왕 만들어주기 논란이 일어난 것. LG는 홍성흔을 상대로 고의 볼넷을 내주며 타율 끌어올리기를 막았고, 박용택은 막판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며 타율 관리를 해 결국 1위 자리에 올랐다. '기록은 영원히 남는 것'이라는 관점에서는 이 타이틀이 의미가 있었지만 깨끗한 경쟁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대다수였다. 그렇게 박용택은 '부끄러운 타격왕'이라는 오명을 얻어야 했다.
사실 팬들의 반응 하나하나에 상처를 받는 프로선수로서 이 얘기를 다시 꺼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박용택은 4년이 지나,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는 자리에서 쿨하게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평생 마음의 짐이 될 수 있던 일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었던 기회였다.
박용택은 이날 외야수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박용택은 "이따 이 자리에 다시 올라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시상식장에 함께 온 가족들과 LG 코칭스태프, 동료들에게 눈물 어린 감사인사를 전했다.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다면 펑펑 울 기세였다.
그런데 323표 중 197표를 얻으며 3위로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진짜 울었다. 박용택은 "저 울어도 되나요"라고 말하며 "1년 먼저 프로에 온 박한이(삼성) 선배는 벌써 6번 우승을 했더라. 나는 가슴에 맺힌게 많았다. 그런데 올해 어느정도 풀었던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