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최고의 행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다. 포지션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지난 82년 프로 출범 때 마련됐다. 시상식 날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창립기념일인 12월11일이며 사정에 따라 하루 이틀 달라질 수 있다. 골든글러브는 82~83년, 두 시즌에는 메이저리그의 골드글러브처럼 수비 능력을 평가해 뽑았다. 당시에는 타격 성적을 기준으로 뽑는 '베스트10'이 따로 있었다. 그러다 84년부터 베스트10을 폐지하고, 포지션별로 공수에 걸쳐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골든글러브를 수여해 오고 있다. 사실 대부분 타격 성적만 놓고 평가가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차별을 받는 포지션이 있다. 바로 구원투수다. 현대 야구는 선발, 중간, 마무리로 역할이 세분화돼 있는데, 투수라는 포지션으로 묶어 시상을 하니 구원투수들이 수상할 기회가 거의 없다. 지난해까지 골든글러브 투수 수상자 가운데 전문 구원투수는 93년 해태 선동열, 94년 태평양 정명원, 96년 한화 구대성, 2001년 LG 신윤호 정도다. 특히 2000년 이후로는 마무리의 투구이닝이 1이닝 정도로 제한되는 전문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은 선발투수들의 독무대가 됐다.
한신에 입단한 오승환도 2006년과 2011년 한 시즌 최다인 47세이브에 각각 1.59, 0.6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세이브왕에 올랐지만 골든글러브는 받지 못했다. 2006년에는 당시 '괴물 신인' 한화 류현진, 2011년에는 당시 투수 4관왕에 오른 KIA 윤석민에게 밀렸다. 한국에서 통산 277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이제 일본 프로야구에서 던진다. MVP, 골든글러브와 같은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일본으로 떠나게 됐다.
오승환은 9일 카스포인트 시상식에서 투수 베스트3에 뽑힌 뒤 "시즌 중 몇번 말씀을 드렸는데 불펜투수도 힘들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 카스포인트에서 많이 이해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골든글러브까지 욕심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어차피 선발투수의 몫인 골든글러브의 영광은 프로 입단 이후 기대해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다.
반면 오승환과 함께 베스트3에 선정된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나를 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불펜투수, 마무리 투수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두 선수 모두 구원투수가 선발투수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었다.
투수 분업화가 먼저 도입된 메이저리그에서도 구원투수가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받기란 참으로 힘들다. 지난 90년 이후 사이영상을 수상한 구원투수는 92년 데니스 에커슬리와 2003년 에릭 가니에, 둘 밖에 없다. 메이저리그는 시상 뿐만 아니라 연봉에서도 구원투수가 선발투수보다 훨씬 적은 대우를 받는다.
물론 팀 승리에 대한 기여도가 선발보다는 구원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다. 투구이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 한 시즌을 풀타임으로 던지면 에이스 선발은 보통 180이닝 이상을 책임진다. 마무리 투수는 보통 한 시즌 50~60이닝 정도를 던진다. 투구이닝이 중요한 고과 자료가 되는 연봉에서도 당연히 구원투수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구원 투수들은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적어도 상받을 사람을 결정할 때는 좀더 폭넓은 평가와 배려가 따르기를 바라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