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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와 월드컵의 눈물, 처절한 싸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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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두경기에 승부수를 띄우겠다."

월드컵 무대를 처음 밟은 것은 21세였다.기적이었다.

될성부른 나무가 아니었다. 소년의 키는 유난히 작았다. 동북고 1학년 때의 키가 1m60 남짓이었다. 합숙훈련을 하면서 우유에 밥을 말아 먹기 시작했다. 남들은 웃을 일이지만 우유에 밥을 마는 심정은 처절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효과는 있었다. 고교 2학년 때 불과 몇 달 사이에 1m79까지 컸다. 베스트 멤버로 기용된 것도 그때부터다.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대표를 들락날락했지만 제대로 된 세계대회 한 번 출전하지 못했다. 그저 그런 '미완의 대기'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이 터닝포인트였다. 사상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사가 시작됐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44)은 곧 대한민국 월드컵이다. 이탈리아 대회를 필두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섰다. 월드컵은 늘 두려운 벽이었다. 긴장감과 압박감에 시달렸다. 현역 시절 마지막 무대였던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반전에 성공했다.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조별리그와 16강전을 넘어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섰다. 4-3. 그의 발을 떠난 볼이 골망을 출렁였다. 세계가 놀랐다. 월드컵 4강이었다. 그의 백만달러짜리 미소에 대한민국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24년이 흘렀다. 어느덧 스타 플레이어에서 명장으로 우뚝섰다. 그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축구 동메달 신화로 이름값을 했다. 이제는 월드컵이다. 코치로 참가한 2006년 독일월드컵(조별리그 탈락)을 포함해 생애 6번째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밑그림이 완성됐다. 한국은 7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북동부의 휴양도시 코스타도 사우이페에서 열린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운명의 조추첨에서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함께 예선 H조에 배정됐다. 홍명보호는 내년 6월 18일 러시아와 첫 경기를 갖는다. 그리고 23일 알제리, 27일 벨기에와 2, 3차전을 갖는다.

'죽음의 조'는 피했다. 이쯤되면 '최상의 조'다. 홍 감독의 바람대로 됐다. 홍 감독은 이동거리, 현지 여건 등을 고려, 유럽 두 팀과 함께 했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했다. 개최 대륙인 남미를 피했다. 유럽 두 팀과 함께한다. 유럽 중에서도 절대 강자가 아니다. 충분히 해볼만 한 상대다. 알제리는 복병이지만 아프리카에서도 최약체로 꼽힌다.

홍 감독은 담담했다. 웃을 순 없었다. 웃어도 안된다. 진검승부는 이제 막을 올렸을 뿐이다. 그는 "국내 팬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이름이겠지만 벨기에는 내년에 더 강해질 팀이다. 러시아는 피지컬과 기술이 모두 좋은데다 유럽예선을 조 1위로 통과한 팀이다. 알제리도 저력이 있다. 3팀 모두 강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서는 쉬운 조가 없다. 상대도 마찬가지겠지만 편한 조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경험한 바로는 월드컵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부족한 부분을 찾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8일 첫 발을 내디뎠다. 결전지를 찾았다. 브라질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 포르투알레그레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베이라-리우를 찾았다. 알제리와의 2차전이 열리는 무대다. '강가에 있는 경기장'이라는 뜻으로 구아이바 강가에 있다. 1969년에 완공된 이 경기장은 월드컵을 대비해 개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현재 관중석 등 일부 시설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수용 규모는 5만1300명이다.

홍 감독의 감회는 특별했다. "만들어져가는 경기장의 모습이 마치 우리 팀을 연상시킨다. 우리 팀도 지금 완벽하지 않지만 남은 기간 잘 만들어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 알제리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홍 감독의 머릿속도 동색이었다. 그는 "조별리그 세 경기 가운데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경기다. 물론 매 경기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지만 전략적으로 볼 때 첫 두 경기에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했다.

홍명보와 브라질월드컵, 처절한 싸움이 시작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