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말, A대표팀은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남아공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전지훈련을 가졌다. 당시 대표팀과 동행했던 기자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용될 공인구 '자블라니'를 직접 차보는 체험을 했다. 자블라니는 마치 '배구공'과 같은 느낌이었다. 공의 무게는 가벼웠다. 역대 공인구보다 반발력이 강했다. 그러나 강한 반발력으로 인한 단점도 엿보였다. 너무 반발력이 좋다보니 발목을 이용해 조금만 회전을 주면 영락없이 공이 하늘로 떠버렸다. 게다가 공기역학방식의 기술이 적용돼 공에 회전이 걸리지 않을 때는 골키퍼를 당황케 만들었다. 공이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공을 잡는데 애를 먹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4년이 흘렀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공인구가 공개됐다. '브·라·주·카.' 1970년부터 월드컵 공인구를 제작해온 아디다스는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에서 사용될 새 공인구를 세상에 내놓았다. '브라주카'는 브라질 사람을 뜻하는 포르투갈어다. 리본을 형상화하는 컬러와 6개의 대칭 패널 디자인은 브라질 전통의 소원 팔찌를 상징한다.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브라질 사람들의 열정을 표현했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골격이 되는 틀과 블래더(공기를 주입함으로써 부력을 발생시키는 장비)는 유로2012의 공인구 '탱고12', 2013년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 '카푸사', 유럽챔피언스리그 공인구의 테크놀로지가 모두 적용됐다. 역대 가장 적은 수인 6개의 패널이 혁신적인 바람개비 모양으로 합쳐져 구 모양을 완성했다.
더불어 공인구의 완전체다. 2년 반 동안 10여개국의 30개 팀, 600여명의 선수들을 대상으로 날씨, 고도, 습도 등 가능한 모든 상황에서 역대 가장 많은 테스트를 거쳐 완성됐다. 2월 스페인-아르헨티나의 친선경기와 20세 이하 청소년월드컵에서는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 혹독한 테스트를 치렀다.
기자는 또 다시 공인구 체험에 나섰다. 공을 처음 들었을 때는 '가볍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블라니만큼 가벼웠다. 그러나 슈팅 때의 감각은 달랐다. 발목에 전해지는 느낌은 묵직했다. 인상적인 것은 터치감이었다. 임팩트 때 공이 오른발에 닿는 느낌은 푹신했다. 공이 발을 감싸는 느낌이 자블라니보다 좋았다. 슈팅의 강약을 조절해 보았다. 놀라운 것은 힘을 빼고 슈팅을 해도 강한 반발력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목표한 곳으로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자들의 슈팅을 막아주던 포항의 K-리그 우승 주역 신화용 골키퍼도 골포스트를 정확하게 찌르는 기자의 슈팅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각적인 효과도 컸다. 공이 바람개비 모양이어서 날아가는 공이 더 빨라보였다. 공의 속도는 순간 가속이 붙어 파괴력이 높았다. 대신 회전은 많이 걸리지 않았다. 볼의 궤적이 크지 않았다. 브라주카 역시 파워슈터에 적합한 공이라는 것을 느꼈다.
상암=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