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평양 열도가 뜨거워지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12월은 휴식의 계절이다. 훈련보다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규약상 12월부터 1월15일까지 비활동기간으로 단체훈련이 금지돼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냥 놀 수는 없다. 비활동기간에도 체계적인 훈련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있다. 수술을 받거나 피로가 심하게 쌓인 선수들이다. 대부분 동태평양의 섬 휴양지 사이판과 괌을 향한다. 두 섬은 동태평양 마리아나제도 남단에 남북으로 400㎞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다. 인천공항에서는 비행기로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런 재활 전지훈련은 보통 구단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수술이나 부상 후 재활 과정은 구단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가장 먼저 재활 훈련을 떠난 팀은 LG다. 투수 봉중근 류제국 우규민 유원상, 포수 윤요섭, 내야수 박경수 등 12명의 선수가 지난달 23일 사이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계형철 코치와 김인호 코치가 동행했다. 올시즌 38세이브를 올리며 팀을 11년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봉중근은 매년 사이판에서 12월을 나고 있다. 지난 2000년 수술을 받은 왼쪽 어깨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수술없이 재활 훈련으로 시즌을 버텨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또다른 메이저리그 출신 류제국도 체계적인 겨울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 국내 무대로 들어와 4년만에 풀타임을 뛰었다. 미국 야구 시절 팔꿈치 수술을 받은 경력도 있다.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다.
한화도 재활이 필요한 4명의 선수를 3일 사이판으로 보냈다. 김태균 최진행 이용규 안승민 등 4명이다. 최진행은 지난 9월 고질적인 통증을 유발했던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내년 개막전에 맞추기 위해서는 12월 재활 과정이 중요하다. FA로 독수리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도 재활 과정에 있다. '절친'인 최진행과 같은 시기인 지난 9월 왼쪽 어깨 회전근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용규의 복귀 시점은 5월 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나, 본인은 개막전에 맞추겠다면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안승민은 올시즌 내내 어깨 통증에 시달렸다. 7월 이후 공을 던지지 못했다. 꾸준히 재활 훈련을 해 온 터라 따뜻한 사이판에서 캐치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피칭 훈련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태균은 올시즌 허리와 옆구리 통증 때문에 27경기나 결장했다. 일본 지바 롯데 시절을 포함해 데뷔 이후 매년 풀타임을 뛰다시피 한 김태균도 12월 훈련의 필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한화에게 이들 4명은 내년 팀의 부활을 이끌 주축 멤버들이다. 내년 전지훈련서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사이판 훈련이 더없이 중요하다.
SK는 괌으로 선수단을 보냈다. 3일 투수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 윤석주 정영일, 내야수 김성현과 박승욱, 외야수 이명기 등 8명이 오는 30일까지 괌 파세오구장에서 훈련을 진행한다. 지난해 4월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승호는 재활이 길어지고 있다. 부상 때문에 올시즌을 통째로 쉰 엄정욱도 괌에서 본격적인 피칭 훈련을 나설 예정이다. 2011년말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고 두 시즌을 쉰 전병두도 이번 괌 훈련을 발판으로 내년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이번 SK 재활 훈련서 주목받는 선수는 정영일이다. 지난 8월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SK 유니폼을 입은 정영일은 오는 24일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입대까지 남은 기간을 훈련보다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일은 없다고 판단했다. 2006년 메이저리그 꿈을 위해 LA 에인절스에 입단한 정영일은 잦은 부상 때문에 기량을 피우지도 못하고 2011년 방출됐다. 이후 고양 원더스와 일본 독립리그를 거쳐 SK에 입단했다. 부상 경력과 실전 피칭 부족 때문에 따뜻한 곳에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