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KIA,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두 명문 구단 프런트는 이번 겨울 사뭇 다른 결단을 내렸다. '파격'과 '신중'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 결단이 스토브리그에서 상당히 대비되고 있다.
올 시즌 두산을 이끌던 김진욱 감독과 KIA의 수장인 선동열 감독은 모두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는 상태였다. 2014시즌까지 책임진 뒤에 재계약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두산은 올해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김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신임 송일수 감독을 임명했다.
부족한 점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김 전 감독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낸 인물이다. 그런 감독을 계약 기간이 1년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내친다는 것은 이제껏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다. 두산 프런트는 보다 강한, 그래서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렸다. 이 파격적인 결정에 대한 평가는 지금 해서는 안된다. 내년 시즌 이후 두산이 거둔 성과를 갖고 평가해야 할 일이다.
이러한 두산 프런트의 파격적인 결단과 대비되는 팀이 바로 KIA다. 두산과 비교하면 KIA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무척이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KIA는 2012시즌 선 감독의 부임 이후 성적이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2012년과 올 시즌에 걸쳐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5월 초 1위까지 질주하다가 급격히 순위가 하락한 끝에 결국 신생팀 NC에마저 밀리며 8위에 그치는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쥐고 말았다.
하지만, KIA는 팀의 지휘 체계를 흔들지 않았다. 대신 선 감독의 남은 1년 임기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성급히 움직이기보다는 선 감독이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대신 다른 인물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졌다.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김조호 전 단장이 물러났다.
KIA 구단의 이런 움직임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된다. 하나는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2회(2005~2006)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비록 고향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지만, 분명 감독으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보였던 경력이 있다. 그런 선 감독이 이미 두 차례 실패를 했으니 세 번째 시즌에는 특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선 감독은 호남야구의 상징과도 같은 레전드다. KIA 전신인 해태시절 '국보'로 불렸다. 그런 선 감독에 대한 예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나 KIA는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고, 2011년에는 팀을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켜놓은 조범현 전 감독을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서 선 감독으로 교체한 전력이 있다. 2회 연속으로 감독을 조기 교체한다는 것은 구단의 이미지에도 큰 손실이다. 또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해서 팀이 당장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어쨌든 두산에 비하면 소극적이었다고는 해도, KIA 프런트는 나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고르려고 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결정에 대한 평가는 오로지 2014년에 팀이 어떤 성적을 내는 지에 따라 내려야 한다. 과연 KIA 선 감독은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또 KIA 프런트의 결단은 훗날 '최상의 선택'으로 평가될 수 있을까. 2014시즌 KIA의 행보가 주목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