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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무실점 역투, "KIA 투수들 동기부여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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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싶었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KIA 이대진 코치가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3 한일프로야구 레전드 슈퍼게임'에서 3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여전한 기량을 과시했다.

이날 사령탑을 맡은 선동열 감독이 가장 믿은 게 이 코치였다.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은퇴했기에 구위나 실전감각 면에서 가장 좋을 것으로 봤다. 선 감독은 경기 전 "이대진이 제일 좋으니 마무리를 시킬까 생각중이다. 상황에 따라 빨리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코치는 5회말이 종료되고 열린 '어깨왕 챌린지'에 나와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멀리 공을 던진 선수를 가리는 이벤트. 이 코치는 예선에서 94m로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결승에서 일본 포수 죠즈메(94m)에 1m 모자란 93m를 기록하며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이 코치는 6회부터는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2-6으로 뒤진 상황. 추격을 위해선 추가 실점은 없어야 했다. 어깨왕 이벤트로 몸이 풀린 듯 작심하고 공을 던졌다. 이 코치는 136㎞의 공을 던지며 한국팀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가 됐다.

6회와 7회는 삼진 1개씩을 포함해 삼자범퇴로 마쳤다. 공에 위력이 있었다. 일본 타자들은 갑자기 힘 있는 직구와 위력적인 변화구를 섞는 이 코치의 피칭에 당황했다. 이 코치는 현역 시절을 방불케 하는 커브를 비롯한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완급조절을 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 코치는 1사 1,2루 위기에 놓였지만, 카키우찌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죠즈메를 투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강습타구를 낚아내는 모습은 여느 프로 선수들 못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계속 추격했지만 5대6, 1점차로 석패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경기 후 만난 이대진 코치는 "손이 잘 안 움직인다. 2012년 여름에 LG 2군에서 던진 이후로 처음 던졌다. 예전 슈퍼게임 때 긴장했다면, 오늘은 즐긴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잘 던지면 계속 간다고는 했는데 손에 힘이 빠졌다. 그런데 8회에도 올라가라고 하시더라. 의외로 변화구가 잘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KIA는 전날 마무리훈련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체력적으론 힘들었지만, 그동안 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캐치볼도 하고 러닝도 했다. 그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싶었다. 말로 설명하기 보다는 계속 같이 했다"고 했다.

언젠간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향팀, 이 코치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KIA 유니폼을 입었다. 이 코치는 "KIA 선수들도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넣을 줄 알았으면 좋겠다. 고향팀에서 코치로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지도자로서도 오늘 잘 던진 게 잘 먹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은 이 코치의 3이닝 무실점 호투, 과연 그의 바람대로 KIA 투수들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