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케이블 방송사를 통해 전파를 탄 투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가 나은 최고 스타는 여성 강속구 투수 서승오(28)였다. LG에서 뛰다 은퇴한 좌완 파이어볼러 서승화의 친동생으로 알려진 그였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승화 동생'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하게 떼어냈다. 여자선수라고 상상하기 힘든 투구 실력에 운동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수려한 외모까지 갖춘 서승오였다.
▶"나는 운동선수가 돼야 할 체질"
가장 궁금한 건 갸날픈 체구의 그가 어떻게 야구선수로서 거듭날 수 있었는지다. 서승오는 어렸을 때부터 운동능력이 남달랐다고 한다. 대학 입학 때까지 엘리트 농구선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농구선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서승오는 "이것저것 운동을 좋아했고, 오빠 덕에 어릴적부터 야구에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별다른 이유 없이 소프트볼 선수가 되기는 싫더라. 그래서 농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인데, 의자에 앉아 회사생활을 하려니 생체리듬 자체가 무너졌다. 그렇게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됐고, 우연히 여자야구 세계를 알게 되며 야구와의 인연을 맺었다. 다행히 빙그레(한화 전신)에서 명포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상국 코치를 만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배울 수 있었다. 현재 대전 레이디스 소속으로 팀의 에이스 투수로 활약중이다. 동시에 타격상을 받을 정도로 야구 재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서승오는 "이제 야구를 한지 5년이 됐다. 우리 팀에서는 잘하는 축에 속하지만 리그 전체로 보면 중간 수준인 것 같다"고 한다. 체계적으로 운동을 한 소프트볼 출신 선수들을 따라잡는게 너무 힘들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직구 구속이 평균 80~90km 정도 나온다고 귀띔한다. 일반인 남성들도 쉽게 던지기 힘든 구속이다. 선천적인 능력이 있다고 보는게 맞겠다.
▶"얼짱이요? 왜소해서 나온 얘기죠"
야구에 대한 얘기가 이어지자 목소리가 정말 신나보인다. 또 진지하다. 여자야구 선수가 느끼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서승오는 "주포지션이 투수다. 마운드에서 수싸움을 통해 상대를 속여야 한다. 정말 많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평소 산만했는데 투수를 하며 그 성격까지 고쳐지는 것 같다. 집중력 훈련을 위해 당구를 배우기도 했다"고 한다. 야구를 잘하기 위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덤비고 본다고 한다. 열정만큼은 어느 프로선수 못지 않다.
서승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한국야구의 전설 박찬호 앞에서 공을 던졌다. 서승오는 "박찬호 멘토님이 놀랍다고 말씀해주셨다. 무리하게 힘을 쓰지 않고도 직구, 변화구를 원하는 곳에 자유자재로 던진다며 제구력을 칭찬해주셨다. 보통 여자선수들이 가장 애를 먹는 부분이 제구인데 그 부분을 칭찬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실력 뿐 아니었다. 수려한 외모로도 주목을 받았다. 서승오는 '얼짱선수'라는 호칭에 손사래를 치며 "솔직히 너무 창피하다. 체구가 왜소하고 다른 선수들에 비해 머리도 좀 길다보니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단,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주는 것은 기쁘다고 했다. 최근 열린 여자야구 결승전 현장을 찾은 LG 우규민과 오지환이 먼저 다가와 "TV에서 봤다"며 인사를 했다고 한다. 주말 사회인리그에 나가도 모두들 아는체를 해줄 정도로 야구계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서승화 동생 아닌 국가대표 서승오로 봐주세요"
서승오는 '서승화 동생'으로 자신이 인지되고 있는 사실이 불편해 보였다. 자신도 당당히 한 야구선수로 인정받고 싶은데, 자꾸 오빠의 그늘에 가려지다보니 속상할 수밖에 없다. 서승오는 "처음 야구를 시작할 때 일부러 오빠의 존재를 숨겼었다. '서승화 동생' 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도 나이 차이가 많고, 성별이 다른 남매 사이다 보니 그렇게 살갑게 지내지는 못한다. 서승화의 근황을 묻자 "최근 서울에서 사업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서승오는 오빠가 이루지 못했던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물론 주중에는 직장에 나가고 주말에 운동을 하는 생활체육 형식이지만, 저변이 약한 여자야구 특성상 이 중 뛰어난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안겨준다. 세계대회에 나갈 수 있다. 서승오는 "야구를 시작하며 세운 목표가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는데, 최근 대표팀에 선발되며 그 꿈을 이뤘다"며 매우 기뻐했다. 서승오는 최근 막내린 제2회 LG배 여자야구대회에서 눈도장을 받아 대표팀에 승선했다. 지난해에는 상비군으로 선발되는데 그쳤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태극마크를 달며 내년 세계대회 출전을 확정지었다.
국가대표이지만 야구로 돈벌이가 되지는 않는다. 때문에 앞으로의 야구 인생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승오는 야구가 너무도 좋다고 한다. 그는 "언제까지 야구를 할거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도 계속 야구를 할 것이다. 힘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자격을 충분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