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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開口]'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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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가 장안의 화제다. 전작 못지 않은 인기몰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의 과거를 담고 있다. 학창시절, 젊었던 한 때를 이야기한다.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면서 "저 때는 저랬지", "어, 저기 생각나네"라며 웃음짓는다. 신촌의 그레이스백화점, '독수리 5형제'라 불렸던 연대 농구부, 서태지와 아이들, 모래시계, 영웅본색…. 예전 생각이 절로 난다.

정말 그랬다. 모래시계는 꼭 봐야 했다. 그래서 약속장소를 TV가 있는 곳으로 잡았다. 술집이든, 식당이든 모래시계를 틀어놓아야 장사가 됐다. 친구와 생맥주를 들이키며 최민수 고현정의 연기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영웅본색, 기자도 봤었다. 영화관 화장실에 갔다가 웃음이 터졌었다. 하나같이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볼일'들을 봤다. 주윤발의 그 모습, 너무 멋있었다.(무슨 말인가 모르겠다면 영화를 보면 안다. 영화속에서 주윤발이 성냥개비를 무는 데 정말 '짱'이었다) 연대 농구부, 정말 인기가 대단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는 모두 히트를 쳤다.

이제는 기억의 한편에 자리잡은 추억들이다. '저 때로 돌아갔으면'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저 때가 되면 이렇게 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추억은 과거다. 과거는 역사다. 그런 추억의 역사는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다. 지금의 우리를, 사회를 있게 했다. 이야기가 거창해진다. 분명한 건, 지나간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는 사실이다.

성남 일화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K-리그 최다우승(7회)의 업적과 함께다.

23일 오후 2시 대구FC와 마지막 홈경기가 있었다. 1989년 창단한 일화천마 축구단, 1996년 천안일화 시대를 거쳐 2000년 성남일화 시대를 열었다. 1993~1995년, 2001~2003년 두 차례나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총 7차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5년의 빛나는 역사다.

이 자리에는 성남의 레전드 신태용 전 감독이 함께했다. 그는 "두차례 K-리그 3연패를 이룬 기록은 앞으로 어떤 K-리그 구단도 쉽게 깨뜨릴 수 없을 것이다. 성적에서만큼은 누가 뭐라 해도 위대한 구단이었다"라며 감회에 젖었다. 경기 종료 직전, 장내아나운서는 목청껏 외쳤다. "성남FC 마지막 홈경기, 마지막 응원이 될 것같습니다. 다같이 외쳐주십시오. '성!남!가자! 성남!'"

0대0. 그렇게 마지막 무대가 막을 내렸다. 경기 뒤 선수들은 서포터스를 향해 큰절을 올렸다. 박규남 단장은 "25년 역사의 일화 천마를 사랑해주시고 지켜주시고 성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남 일화는 역사속으로 사라지지만 성남FC가 창단됩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왕성한, 대한민국 최고의 성남 FC가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모두들 눈가가 빨개졌다.

2004년이었던가, 성남 담당기자를 했었다. 고 차경복 감독이 사령탑이었던 시절이었다. 그 때가 떠올랐다.

돌이켜보면, 환희와 아쉬움이 많았던 성남 일화다. 이날 전광판에 '여러분 기억속에 성남 일화는 어떤 팀이었습니까?'라는 문구가 떴었다. 많은 평가들이 있을 것이다.

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성남은 축구판에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기억하고, 배울 건 배우고, 반성할 건 반성해야 한다.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아름다워진다.

대학친구가 1994년 졸업사진을 사이트에 올렸다. 피부도 '탱탱'하고, 정말 앳띤 모습이었다. '이럴 때가 있었구나'라며 웃었다. 돌이켜보면 엊그제 일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엊그제 일처럼 지나갈 것이다. 훗날 '응답하라 2013'이 나올 지 모른다. 그러고 보면, 참 중요한 시간들이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 성남 일화의 마지막 경기 때 시위가 있었다고 한다. 성남 서포터스들이 '성남시 시민츠로축구단 지원조례 제정촉구 축구사랑 시민서명운동'을 했다. 성남시의회가 시민프로축구단 지원 조례안을 심사보류했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성남FC의 창단이 힘들 수도 있단다.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축구 역사의 한페이지가 달라질 수 있다. 성남시의회가 팬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잘 됐으면 좋겠다.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