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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황정민, "청룡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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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려놓으면 배우는 밥만 먹으면 되는데…." 2005년 열린 제26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은 바로 이 수상 소감을 남겼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품 수상 소감'. 그리고 8년 뒤, 황정민은 다시 한 번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손에 들었다. 지난 22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3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그는 '신세계'로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극 중 국내 최대 폭력 조직의 2인자인 정청 역을 연기한 그는 구수한 사투리를 쓰며 냉혹함과 능청스러움 사이를 넘나들었다. 아무나 따라할 수 없는 '황정민표' 연기였다.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그는 "우선 후보에 올랐던 아주 훌륭한 좋은 선배 분, 동료, 친구들한테 박수 한 번 만 주세요"라며 함께 수상 경쟁을 벌인 류승룡(7번방의 선물), 설경구(소원), 송강호(관상), 하정우(더 테러 라이브)에게 박수를 보냈다.

"제가 2005년에 '너는 내 운명'으로 상을 받았어요. 그 이후로 상을 받으면 무슨 소감을 해야 하나 걱정을 했는데…." 이어 '밥상 소감'에 못지 않은 인상적인 수상 소감을 전했다.

"민식이 형, 정재, 성웅이, 이 땡땡 브라더, 사랑해," '신세계' 속 대사를 인용한 수상 소감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이번엔 '너는 내 운명'의 제목을 인용했다. "여전히 황정민의 운명인 저희 집사람에게 감사합니다."

황정민은 지난 199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계와 공연계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활약을 펼쳤다. 2002년 개봉한 영화 '로드무비'로 제23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그는 'YMCA 야구단'(2002), '바람난 가족'(2003),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검은 집'(2007), '슈퍼맨이었던 사나이'(2008), '그림자 살인'(2009), '오감도'(2009),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 '부당거래'(2010), '모비딕'(2011), '댄싱퀸'(2012), '전설의 주먹'(2013) 등에 출연하며 충무로 최고 배우로서 인정을 받았다.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았다. 매작품마다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누구보다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팔색조'란 말이 딱 어울릴 만한 배우다. 순박한 시골 청년에서 잔혹한 조폭의 리더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모습에서 '예술가'로서의 치열한 고민이 느껴진다. 하지만 동시에 "카메라 앞에서 정말 잘 놀고 있다"는 여유로움이 묻어나기도 하는 것이 바로 배우 황정민의 최고 무기.

현재는 영화 '국제시장'을 촬영 중이다. 6.25 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김윤진, 오달수 등이 함께 출연하는 이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34회 청룡영화상의 주인공이 된 뒤 무대 뒤에서의 모습은 어땠을까?

한껏 상기된 모습의 그는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시상식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는데 상을 받게 돼 기쁘다. 얼굴이 더 빨개지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어 "정말 기쁘다. 솔직히 말하면 기뻐 날뛸 것 같다. 사실 정말 소감은 준비한 게 없었다. 무대 위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어린 아이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