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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이재학 놓칠라, 2차드래프트 속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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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드래프트에서 각 구단의 선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와 미래, 즉시전력과 유망주 사이에서 고민을 하기 마련이다. 그 속에는 현장과 프런트 간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있다.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2차 드래프트가 지난 22일 시행됐다. 총 34명이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2라운드까지 지명한 롯데를 제외하고 모두 3라운드까지 권리를 행사했고, 신생팀 KT는 추가지명 5명까지 8명을 품에 안았다.

이번 드래프트의 특징은 2년 전 첫 시행 때와 달리 각 구단이 엄청난 준비를 하고 왔다는 점이다. 모두들 올시즌 신인왕에 오른 NC 선발투수 이재학이나 롯데의 마무리투수로 자리매김한 김성배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을 발굴해 내겠단 의지가 강했다.

1군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이름을 알린 스타들도 이적생 반열에 올랐다. 잠실 라이벌인 LG로 이적한 임재철(전 두산)이나 옛 스승인 NC 김경문 감독의 품으로 간 이혜천(전 두산), 롯데로 간 이여상(전 한화) 심수창(전 LG) 등 1군에서 자주 얼굴을 비췄던 선수들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재미있는 건 2차 드래프트 때 현장과 프런트의 힘겨루기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보호선수 명단을 받게 되면 구단 프런트는 물론, 그동안 선수들을 관찰해 온 1,2군 코칭스태프 모두 명단에 달라 붙어 옥석을 가린다. 축적된 전력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1,2군 선수들을 판단한다. 최근엔 각 팀 스카우트들이 2군 경기까지 관찰하면서 가능성 있는 2군 선수들의 목록을 만든다.

이때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차가 발생할 수 있다. 일단 현장, 즉 코칭스태프에선 당장 1군에서 쓸 만한 전력을 원한다. 이때 이름값 없는 젊은 선수 보다는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베테랑들이 선호된다. 나이가 있어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 혹은 중고참 반열에 들었으나 팀에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는 선수가 그 대상자다.

코칭스태프들에겐 직접 그라운드에서 봤던 선수들이 아무래도 익숙하다. 발언권이나 선택권은 1군 코칭스태프 쪽이 강한 편이다. 또한 선수 기용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내년 시즌 구상을 대입해 취약 부분을 강화하는데 집중한다. 물론 FA 이적이나 군입대 등으로 발생한 공백을 당장 메울 쏠쏠한 카드다.

반면 구단은 장기적인 육성에 방점을 둔다. 현재 2군 경기는 물론, 과거 아마추어 시절 직접 관찰했던 스카우트들의 증언에 따라 잠재가치를 먼저 판단하게 된다. 결국 신인과 다름없는 3년차 이내 유망주들에게 눈이 가기 마련이다. 신인드래프트처럼 '미래 가치'를 보고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현장과 구단은 이렇게 작은 마찰을 빚는다. 실제로 NC로 가서 성공신화를 연 이재학도 몇몇 구단에선 현장과 프런트의 의견이 엇갈려 선택의 기회를 놓쳤다. 현장이 원한 팀도 있었고 프런트가 원한 팀도 있었지만, 한쪽이 몸상태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해 2라운드 전체 16번까지 순번이 밀렸다.

이번 2차 드래프트에서도 다양한 모습이 나왔다. 신구조화에 집중해 고른 선발을 하는 팀도 나왔고, 한쪽으로 쏠려 확실한 방향성을 보이기도 했다. LG는 1라운드에 베테랑 임재철을 뽑은 뒤, 2,3라운드에 2년차 이내 투수 2명(이창호, 정혁진)을 선택했다. 현장의 요청과 구단의 구상이 잘 맞아 떨어진 모습이다.

삼성은 현장의 요청에 따라, 즉시전력감 3명(투수 이영욱 서동환, 내야수 차화준)을 뽑았다. NC도 김경문 감독의 의중을 받아들여 왼손 불펜강화를 위해 1라운드에 이혜천을 선발했다. 반면 넥센 같은 경우엔 아마추어 유망주들을 직접 관찰하는 이장석 대표의 의중이 반영돼 과거 신인드래프트 때 놓쳤던 가능성 있는 유망주의 선택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2차 드래프트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다. 제도의 문제점 또한 계속 해서 지적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룰5 드래프트'처럼 3년차 이내 유망주는 제외하고 보호선수를 줄여, 1~2년차 선수들의 이적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면서 제도는 성숙해져 갈 것이다. 현장과 구단의 각기 다른 선택의 결과 역시 몇 년 뒤에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