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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보내준 삼성, 내년 마무리는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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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없던 사람이 들어왔을 때는 차이를 잘 모르지만, 있던 사람이 빠져나갔을 때는 크게 아쉽다는 뜻이다.

프로야구 삼성은 이 속담의 의미를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난 자리'가 커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9년 동안 든든하게 팀의 뒷문을 막아줬던 '최강 마무리' 오승환(31)이 한신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올해 사상 최초로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를 달성한 삼성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말 그대로 '대인배'의 풍모를 보였다. 해외 무대 진출을 원하던 오승환을 뒷말없이 깔끔하고 파격적으로 놔줬기 때문이다. 한신과의 입단 협상 때 삼성 송삼봉 단장은 "이적료는 상관없다. 대신 오승환에게만큼은 최고의 대우를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오승환은 역대 일본 무대에 진출한 한국 프로출신 선수 중에서 최고몸값(3년-9억엔)에 최소이적료(5000만엔) 기록을 세우며 한신 유니폼을 입었다.

2005년 입단 후 삼성의 5차례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한 오승환에게 해줄 수 있는 삼성의 마지막 통큰 배려였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과연 오승환의 공백을 삼성은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오승환만큼의 압도적 위력을 보여줄 마무리를 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껏 오승환이 삼성 야구에서 차지해 온 비중을 생각하면 '대체불가 선수'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현대 프로야구에서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오승환을 통 크게 보내준 대신, 그의 빈자리를 대체할 방안에 대해서는 치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그래서 "내년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숙제가 바로 마무리를 결정하는 일"이라고까지 말했다. 단순히 마무리 투수 1명만을 구해서 될 일은 아니다. 삼성 야구의 특성상, 마무리 투수를 교체한다면 그 앞에 나오는 필승조에 대한 세부 조정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오승환 대체재'는 바로 안지만이다. 류 감독은 "0순위"라고 표현했다. 오승환처럼 우완 정통파인 안지만은 비록 오승환에는 못 미치지만, 150㎞에 육박하는 날카로운 직구를 주무기로 갖고 있다. 변화구에 관해서는 오승환보다 장점이 있다. 더불어 오랜 필승조 경험을 통해 위기 관리능력과 배짱도 쌓았다. 류 감독이 안지만을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로 생각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안지만이 확실한 마무리로 자리잡으려면 두 가지 선결과제가 해결돼야 한다. 하나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필승조와 마무리는 특성이 전혀 다르다. 마운드 위에서의 압박감도 차원이 다르다. 안지만의 경험이 풍부하고, 배짱이 두둑하다고 해도 실전에서 마무리로 연착륙하려면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다른 하나는 바로 안지만이 빠진 필승조의 공백을 누구로 메우느냐 하는 점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안지만을 그대로 필승조로 놔두고 차라리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마무리로 쓰는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모험보다는 안정을 중시하는 류 감독의 특성상 이런 방법은 차선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삼성은 올 겨울 '사상 첫 통합 3연패'의 기쁨을 누릴 시간보다 내년 시즌 불펜 안정화를 위한 고민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