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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떻게 '월척' 벨기에를 낚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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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에서 월척을 낚아 올렸다. 그것도 선제골을 내주고 뒤집은 승리. 어쩌다 얻어걸린 행운의 결과라고 깎아내리기엔 그 내용이 꽤 실했다. 일본은 20일 새벽(한국시각) 벨기에 브뤼셀의 스타드 로이 보두앵에서 펼쳐진 벨기에와의 평가전에서 카키타니, 혼다, 오카자키의 골로 2-3 승리를 일궜다. 홍명보호와의 직접적인 상관 관계는 없지만, 다른 국가보다는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게 사실이다.

전반 15분에 터진 선제골은 벨기에의 몫이었다. 아자르가 찔러준 패스를 향해 뛰어든 루카쿠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일본의 중앙 수비 모리시게와 골키퍼 가와시마 사이로 볼을 빼냈다. 왼쪽 측면 수비 사카이가 빈 골대를 커버했으나, 미랄라스의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탓에 골을 내줘야 했다. 이만하면 처참히 무너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일본이 벨기에를 주무르기 시작한다. 적지에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은 비결은 일본이 보유한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의 탄탄함. 혼다를 꼭짓점에 두고 하세베-야마구치(엔도)로 구성한 정삼각형의 중원 조합은 필드 플레이어 전체의 밸런스를 잘 잡아냈다.

일본은 예상했던 것보다 라인을 훨씬 더 끌어올려 싸웠다. 벨기에엔 잘 짜인 기본기에 스피드까지 갖춘 플레이메이커 아자르가 있었고, 오프사이드 라인을 타면서 그 뒷공간을 부술 루카쿠가 있었다. 선제골처럼 또 다시 무너질 우려도 다분했으나, 자케로니 감독의 선택은 정면 승부였다. 개개인의 역량에서 밀린 일본이 믿을 구석은 균형 잡힌 포진에 성실함을 가미한 시너지 효과. 실제 그들은 상대가 후방에서 볼을 돌릴 때부터 미친 듯한 압박으로 패스의 원활한 공급을 끊어냈다. 상대를 귀찮게 한 모기 같은 파울은 제법 성공적인 전략이 됐고, 상대 실수까지 겹쳐 공격으로 전환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및 수비 라인도 상당한 기동력을 보여줬다. 공격 전환의 지점이 낮아진 벨기에는 아자르가 종종 아래로 내려오곤 했는데, 그 지점에서부터 '아자르 봉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대인 방어와 지역 방어가 적절히 혼합된 방식으로 2~3명씩 아자르에게 매달렸고, 이 선수를 쉽게 돌아서지 못하게 함으로써 동료들의 수비 전환 속도를 벌었다. 이는 펠라이니가 투입된 후반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 좌우에 배치된 메르텐스와 미랄라스 역시 위험 진영 밖으로 몰아내자, 상대의 패스는 옆이나 뒤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벨기에의 개개인이 볼을 오래 갖고 있도록 만든 덕분에 루카쿠의 파괴력도 줄일 수 있었다.

이후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벨기에는 하세베-야마구치로 구성된 일본의 패스 줄기를 거칠게 다루지 못했고, 이 볼은 깊숙이 전진한 좌우 측면 수비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후 중앙으로 공격 방향을 튼 일본은 패싱 플레이로 벨기에의 압박을 교란시켰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혼다가 상대의 공간을 인지하고 활용하며 창조성을 불어넣었다. 이 선수가 위에서 움직일 때에는 직접 슈팅으로 골을 뽑아냈고, 아래로 내려와 플레이메이킹을 할 때에는 오카자기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카키타니와의 연계로 골을 완성했다. 내년 6월 브라질에서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이번 벨기에전만큼은 인정하기 싫을 만큼 일본이 잘한 경기였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