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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하성민의 '형제대결' 형만한 아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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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분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서로를 쓰러뜨려야 하는 적일 뿐이었다. 2~3차례 충돌했고, 공을 차지하기 위해 과감한 태클도 마다하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 3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맞붙은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다른 유니폼을 입고 창을 겨눈 형제간의 흥미로운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기 전부터 양 팀 사령탑 사이에서도 이 대결이 화제였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형을 해치우라고 내보냈다. 형보다 못할게 뭐가 있냐"며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에 최용수 서울 감독은 "에이, 피를 나눈 형제인데…. 남들이 부러워할 깊은 형제애를 나누는 것 같다. 형이 장남 역할을 잘한다. 축구 스타일은 조금 다르다"며 팔을 안으로 굽혔다. 두 감독의 '설전' 만큼 이들의 대결 역시 얄궂은 운명이었다. 형은 공격형 미드필더, 동생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동생은 형의 공격을, 형은 동생의 수비를 뚫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승부였다.

그러나 형만한 아우가 없었다. '형' 하대성(28·서울)은 웃었고 '동생' 하성민(26·전북)은 50분만에 그라운드를 떠났다. 또 다시 형과의 맞대결에서 눈물을 삼켰다.

함께 할 때 두려울게 없었던 형제다. 어릴때 부터 동생은 형을 '롤 모델'로 여기고 잘 따랐다. 형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에 매료돼 함께 축구화를 신었다. 형은 동생을 이끌어주며 함께 축구 인생을 펼쳤다. 만수북초-부평동중-부평고에서 함께 공을 찬 두 살 터울 형제는 고등학교 졸업후 프로로 직행했다. 전북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들은 형 하대성이 2010년 서울로 이적하면서 이별했다. 엇갈린 운명처럼 형제의 입지도 달랐다. 하대성은 서울의 주장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도 달며 순항했다. 그러나 하성민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다 2012년 상주에 입대했다.

입대 이후 입지에 변화가 생겼다. 하성민은 꾸준히 주전으로 나선 끝에 드디어 형과의 꿈같은 맞대결이 맞이했다. 2012년 4월 8일 서울과 상주의 대결이었다. 당시 서울이 2대0으로 승리를 거뒀고 형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동생은 후반 13분 교체 아웃됐다. 당시 하성민이 교체 아웃돼 유니폼을 교환하지 못했던 형제는 두 달 뒤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고 꿈에 그리던 장면을 연출했다. 당당히 형과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승리는 이번에도 형의 몫이었다.

클래식과 챌린지로 다시 운명이 엇갈렸던 이들은 하성민이 지난 12일 전역한 뒤 전북으로 복귀하면서 1년 5개월 만에 다시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나란히 선발 출전한 형제는 전반 27분 격한 만남을 했다. 공을 차지하기 위해 나란히 서로를 향해 태클을 했다. 이후 하대성은 서울의 공격을 진두 지휘했고, 하성민은 역습 과정에서 2~3차례 슈팅을 쏟아냈다. 그리고 하성민이 후반 7분 교체 아웃되며 형제간 화제의 맞대결도 마침표를 찍었다. 다시 한 번 유니폼 교환을 그리던 동생은 애써 눈길을 외면한 채 벤치로 향했다. 다시 한 번 형을 이기지 못한 아쉬움이 가득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