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
규모나 특성을 떠나 어떤 조직이든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되기 어렵다. 많은 야구인들이 올 시즌 KIA의 실패 역시도 이같은 '소통의 부재'가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 팀의 주장을 맡게 된 이범호의 첫 포부 역시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내부적으로도 선수와 선수, 그리고 선수와 코칭스태프간에 막혀있던 소통이 올해 후반기 무기력한 패배의 원인이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범호는 사실 KIA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다. 고향은 대구이고, 프로 데뷔는 한화에서 했다. 그러나 2010시즌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 진출했다가 1년 만에 쓰디쓴 실패를 맛보고 돌아온 이범호를 품어준 것은 원소속팀 한화가 아닌 KIA였다.
이후 2011시즌부터 올해까지 3년간 이범호는 차츰 KIA의 간판 선수가 되어갔다. 공교롭게도 이범호의 이름에는 호랑이를 상징하는 '범'과 '호'가 두 개나 들어간다. 원래 이름의 한자는 다르다. 그러나 일단 이범호가 '호랑이 군단'의 캡틴이 되고보니 이름부터가 심상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이범호는 현재 함평에 있는 KIA 챌린저스 필드에서 회복훈련 중이다. 시즌 후반 허벅지와 허리 컨디션이 떨어진 까닭에 서서히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며 내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찰나에 이범호는 새 주장으로 선임됐다. 사실 팀에 온지 3년 밖에 안된 이범호가 주장을 맡게됐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만큼 이범호가 팀내에서 많은 덕망을 쌓아놨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범호는 "시즌이 끝난 후 감독님께서 내년 시즌에 주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셨다"면서 "고민도 많이 됐지만, 팀이 필요하다면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주장이 된 이범호의 첫 목표는 바로 소통을 기반으로 한 팀의 융화다. 이범호는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게 중요하다. 많은 대화를 통해 소통하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간 KIA에 부족했던 부분이다. 이에 관해 이범호는 "역시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그리고 선·후배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져야만 좋은 분위기에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면서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하겠다. 감독님도 자주 찾아 뵙고 선수들의 의사도 충실히 전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불어 KIA의 전통인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팀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각오 못지 않게 올해에 대한 반성도 깊었다. 이범호는 "무엇보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주축 선수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개인적으로도 타율(0.248)이 낮았던 것과 특정팀에 너무 약했던 게 아쉬웠다"고 올 시즌을 돌아봤다.
그러나 내년을 향한 단단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이범호는 "그래도 올해 한 시즌 동안 부상을 당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한 것은 만족스러웠다. 햄스트링 부상에서도 완전히 회복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면서 올해보다 향상된 2014시즌을 기대케 했다.
한편 이범호는 스토브리그에서 팀의 상황이 크게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범호는 "야구는 특정 선수 한 두명으로 잘 할 수 없는 스포츠다. 이용규가 한화로 옮겼고, 윤석민도 현재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입장이라 분명 우리팀 전력이 깎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얼마나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치느냐가 중요하다"며 조직력으로 전력 약화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새로 합류한 이대형에 대해서도 "나 역시 타팀에서 이적해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 아무리 적응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할지라도 새 팀에 적응하려면 분명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이대형이 최대한 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캡틴' 이범호가 풀죽은 호랑이 군단에 우렁찬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을 지 기대된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