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말로는 참 쉽게들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이'란 우리가 무엇을 하는 데 았어서 결정적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포기 요소가 되기도 한다. 어쩜 가장 좋은 핑계꺼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핑계도 이영희 디자이너에게만은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자녀들을 고등학교까지 다 보내고 난 후, 마흔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일흔이 넘은 지금도 한복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답고 깊은 색채와 선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 이영희 디자이너. 한복을 자식처럼 여기고, 알뜰살뜰 보듬어 전세계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마음이 아직도 두근두근 거린다는 소녀같은 어머니다.
5살 난 아들 키우는 게 힘들어서, 체력이 예전만 못해서, 현실과 대충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30대 준반의 나 자신이 인터뷰 내내 그렇게 부끄럽고 반성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엄마들도 분명 자기 생의 가장 젊고 빛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 일흔의 노장에게서 나는 분명하고도 또렷하게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나는 젊음을 보았다.
정리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