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안팎에선 그 어느 해보다 과열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을 보면서 만연돼 가고 있는 금액 축소 발표를 두고 말이 많다.
강민호(롯데) 75억원, 정근우(한화) 70억원, 이용규(한화) 67억원 등등의 기록적인 대박을 보면서 이 액수를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구단들의 발표를 접한 팬들의 반응은 일단 너무 많다는 의견과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그런데 구단과 선수가 소비자(팬)들에게 공개하는 금액이 의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강민호의 경우 실제 FA 총액이 92억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장금액 88억원에 옵션 4억원이다. 발표 금액(75억원) 보다 1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타 구단과 롯데 구단 주변에서 보고 있다. 정근우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총액이 8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런 구단과 선수간 계약 축소 발표에 이렇다하게 대응하지 않고 있다. 구단이 KBO에 보내오는 계약서에 는 발표 금액 대로 돼 있다. KBO는 사법 기관이 아닌 상황에서 구단과 선수간 거래가 발표된 것과 다르다는 걸 조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단들 사이에 금액 발표를 두고 정한 규정도 없다.
축소 발표의 이면에는 또 다른 계약서가 있다는 걸 의미한다. 구단과 선수만 주고 받는 실제 거래가격이 명시된 계약서다.
구단과 선수가 금액을 일부 축소하는 건 팬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너무 많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구단과 선수 모두 심적 부담을 덜고 싶어 한다.
FA 계약 때마다 나오는 루머 중 하나가 선수들이 부담할 세금을 구단이 떠안다는 얘기가 있다. 구단이 발표하는 금액엔 선수가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 포함돼 있는 경우가 다수다. 세전 금액인 셈이다. 선수들은 개인 사업자다. 따라서 그들은 1년에 한번씩 국세청에 수입을 하고 세금을 내게 돼 있다. 그런데 구단들이 일부 선수들의 세금을 대신 내준다는 주장도 매년 FA 시장이 열릴 때마다 나온다. 또 발표 금액을 줄이면 선수가 세금을 부담하는데 있어 운신의 폭이 커질 수 있다.
또 A선수는 구단에서 아파트를 별도로 마련해주었다는 얘기, B선수는 FA 계약을 하면서 아파트를 살때 앞으로 받을 돈의 일부를 미리 선지급 받았다는 얘기도 돌았다.
소비자들은 구단의 발표를 고스란히 믿을 수밖에 없다. KBO도 누구도 FA 선수들의 실제 거래 가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계약 방식이 잘못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국내 야구는 최근 연봉을 공개하기 시작한 프로축구와 달리 계약 사항에 대한 상당 부분을 일찌감치부터 오픈해왔다. 하지만 FA 계약 액수와 외국인 선수 연봉 등에서 사실과 다른 금액이 시장에서 공연한 사실 처럼 떠돌고 있다. 투명했던 야구 시장의 물을 흐리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