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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는 없다, 이제 김진수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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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롱이' 이영표(36)가 떠났다.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세차례 월드컵을 포함해 127차례 A매치에 나선 전설이었다. 그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이래 한국 대표팀은 왼쪽 윙백의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영표처럼 다재다능하고 꾸준한 왼쪽 윙백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이영표 후계자 찾기의 마침표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김진수(21·니가타)다.

김진수는 15일 스위스전에서 왼쪽 윙백으로 출전, 9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진수는 지난달 브라질-말리와의 2연전에 이어 다시 한번 선발출전에 성공했다. 의미있는 출전이다. 본선 엔트리에 대한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난 지금, 가장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포지션은 왼쪽 윙백이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말리 2연전에서 이례적으로 김진수 윤석영(돈캐스터) 박주호(마인츠) 왼쪽 윙백 3명을 선발했다. 셋 다 경쟁력이 충분했다. 윤석영은 홍 감독의 축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박주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의 선택은 약관의 김진수였다. 그리고 김진수는 스위스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김진수는 스위스전에서 완벽한 공수밸런스를 보였다. 날카로운 오버래핑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고, 수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왼쪽에 포진된 손흥민이 중앙으로 움직일때면 어김없이 터치라인을 따라 위협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특히 오버래핑 타이밍과 공격진과의 간격유지에서는 베테랑 윙백처럼 보였다. 크로스도 좋았다. 무엇보다 안정된 수비력이 돋보였다. 김진수는 1m77-66㎏으로 왜소한 체구를 지녔다. 건장한 체구의 스위스 선수들 앞에서 꼬마처럼 보였다. 그러나 김진수는 영리했다. 상대보다 한발 앞선 예측력으로 체격적 열세를 커버해냈다. 무리한 몸싸움 대신에 센스와 순발력으로 상대의 돌파를 막아냈다. 스위스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그라니트 샤카(묀헨글라드바흐)와 벌인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김진수의 가장 큰 약점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홍명보호의 첫번째 유럽 상대국이었던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윤석영이 나섰다. 그러나 김진수는 유럽 선수들에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유럽파' 윤석영 박주호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김진수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홍명보호의 첫 출항이었던 지난 7월 동아시안컵에서 데뷔한 김진수는 매경기 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 감독도 "내년 브라질월드컵을 두고 봤을때 가장 성장가능성이 큰 선수"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진수는 높아지는 기대감에 대해 "월드컵 전까지는 아니다"고 했다. 대표팀 경기에 주전 수비수로 나서고 있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에서 제2의 이영표라고 하는데 기분 좋게 받아들이겠다. 더욱 열심히 해 부족한 점을 채우겠다"고 다짐했다. 김진수는 다양한 대륙별 강호들과 경기를 통해 "남미팀은 테크닉과 유연성이 뛰어나다. 유럽팀은 힘과 제공권이 좋다"며 "많은 경험을 통해 팀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지는 별이 있으면 새로운 별이 떠오르는 법이다. 스위스전은 훗날 한국축구에서 왼쪽 윙백의 역사가 바뀐 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전설' 이영표가 떠난 날, '신성' 김진수는 자신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외쳤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