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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감독의 애정어린 쓴소리로 성장하는 세터 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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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는 애정이 있기에 가능하다.

'인생을 건 승부사' 세터 황동일(27)이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39)의 애정어린 쓴소리로 쑥쑥 크고 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황동일에게 기복을 줄이라고 주문했다. 김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올시즌 치른 4경기에서 황동일의 경기력은 들쑥날쑥했다. 세터가 갖춰야 할 첫 번째 요소인 안정감이 떨어졌다. 주전 세터로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고육지책을 폈다. 황동일 백광언의 '더블 세터'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대한항공은 13일 LIG손해보험을 세트스코어 3대0으로 꺾고 파죽의 3연승을 질주했다. 이날 승리에도 김 감독의 눈에 비친 황동일의 경기력은 영 만족스럽지 못했다. 김 감독은 "동일이의 경기력이 조금 올라오긴 했다. 현대캐피탈전에는 50점, LIG손보전에는 60점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감독은 "동일이는 이기고 있을 때 상대를 확실하게 이겨줘야 하는데 스스로 장난을 친다. 안해야 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 고쳐야 될 부분"이고 설명했다. 이날 김 감독은 황동일에게 세트플레이를 강력하게 주문했다. 훈련에서 선수들과 호흡한대로 실전에 적용시키라는 의미였다. 감독의 메시지를 코트에서 발휘하기 위해선 세터는 누구보다 냉철해야 한다. 그러나 황동일은 흥분해 있었다. 김 감독은 "훈련대로 하지 않으면 공격수는 준비를 할 수 없다. 동일이가 아직도 배구를 혼자서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감독의 모든 쓴소리는 황동일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는 "경기를 쉽게 차고 나갈 수 있는 흐름에서 경기 운영을 잘 못해 어렵게 풀린 것 같다.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분명 대한항공 고공행진에서 황동일의 기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 동안 공격성이 강했던 황동일은 자신의 스타일을 억누르고 있다. 블로킹과 강서브도 중요하지만, 세터가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토스의 정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공격적인 스타일이지만, 올시즌 가급적 줄이고 있다. 팀에 희생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자신이 먼저 변하자 선수들간의 신뢰도 돈독해지고 있다. 그는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선수들과 믿음이 쌓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무한 자신감은 항상 넘쳐 흐른다. '독'이 될 때도 있지만, 황동일의 최고의 무기다. 그는 "시즌 초반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젠 자신감으로 승화된 것 같다"며 "'이제는 부담감을 즐겨야 할 때가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자신감있는 플레이로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시너지 효과는 군 입대한 레프트 김학민의 공백을 메운 신영수와의 찰떡 호흡에서 나타나고 있다. 김 감독은 "학민이와 (한)선수가 빠졌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학민이는 선수와 잘맞는다. (신)영수는 동일이와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에게 황동일은 '미워할 수 없는 애제자'다. 김 감독은 "동일이는 배구를 하면서 더 좋아질 것"이라며 제자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