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열기가 뜨겁다.
예년과 달리 독주체제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 우승팀 삼성화재가 초반부터 치고 나갔다. 삼성화재를 견제할 팀이 마땅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2~3게임을 치른 현재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승점 7을 얻어 1위를 달리는 대한항공을 비롯해 2위 현대캐피탈(승점 6), 3위 삼성화재(승점 5) 등 세 팀은 나란히 2승1패씩 올리며 선두권을 형성했다. 첫 경기서 삼성화재에 패했던 대한항공은 러시앤캐시전에서 승리, 반전에 성공했다. 이어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인 현대캐피탈을 잡으면서 2연승을 내달렸다. 최강팀으로 분류되던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디펜딩챔피언' 삼성화재 역시 LIG손해보험에게 패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독주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다소 전력이 떨어지리라 예상했던 한국전력과 러시앤캐시도 결코 '숨고르는 팀'이 아님을 보여줬다.
물고 물리는 접전에 배구팬들은 신났다. 매 경기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 배구장을 찾는 팬들이 부쩍 늘었다.
이처럼 신생팀 러시앤캐시를 제외한 나머지팀들의 실력이 비슷해진 이유는 외국인 선수들의 실력이 평준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종 '에이스'가 제 역할을 해주면서 가능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시즌 직전 세터 한선수의 갑작스러운 입대 결정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신영수와 새 외국인 선수 마이클 산체스(27·쿠바)의 절묘한 호흡 덕분에 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신영수는 왼쪽 날개에서 입대한 김학민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카타르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산체스는 득점 4위(97점)에 오르며 한국 무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신영수가 30%대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산체스가 50%를 돌파한다면 쌍포의 위력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시즌 터키리그 MVP를 받은 리베르만 아가메즈(28·콜롬비아)를 앞세워 명가재건에 시동을 건 현대캐피탈도 전매특허인 블로킹 벽이 높아지면서 상위권에 자리했다. 타점 높은 공격과 파괴력을 두루 겸비한 아가메즈는 3경기에서 100점(득점 3위)을 올려 이름값을 하고 있다. 아가메즈는 공격점유율 53%를 기록하며 현대캐피탈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이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에이스 문성민의 복귀가 절실하다. 왼쪽 무릎 십자인대 수술 후 내년 1월께 복귀를 타진 중인 문성민이 돌아와야 비로소 쌍포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는 석진욱(러시앤캐시 수석코치), 여오현(현대캐피탈 이적) 두 수비 도사의 공백 탓에 수비와 리시브에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하지만 레오 마르티네스(23·쿠바)와 박철우 두 거포가 건재해 화력에서만큼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레오(105점·득점 2위)와 박철우(53점·5위)는 3경기에서 158점을 합작해 경기당 평균 52점을 사이좋게 올리고 있다. 점유율도 58%(레오), 24%(박철우)로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LIG손해보험은 토머스 에드가(24·호주)가 선전하고 있지만 토종 선수들의 부상으로 걱정이 많다. 시즌 직전 발목을 다친 이경수에 이어 김요한마저 왼쪽 손등뼈 수술을 받았다. 경력에서 아가메즈, 산체스보다 떨어지는 에드가는 예상을 깨고 득점 1위(127점)에 올라 LIG손보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카드의 숀 루니(미국)는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한국전력의 쿨라피치(몬테네그로)는 아직 적응한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러시앤캐시는 헝가리 용병 아르파드 바로티(22)의 교체를 심각하게 고민중에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