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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D-11] 남우주연상, '진짜'들의 맞대결! 최민식 이을 남자주인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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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배우들의 자존심 싸움이 펼쳐진다.

유난히 남자 배우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던 한 해였던 만큼,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 역시 어느 때보다 쟁쟁하다. 류승룡(7번방의 선물), 설경구(소원), 송강호(관상), 하정우(더 테러 라이브), 황정민(신세계) 모두 일찌감치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충무로 간판 스타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누가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아빠 vs 솔로

유독 '아빠 열풍'이 강했던 2013년 한국 영화계다. 청룡에서 맞붙은 배우들도 '아빠파'와 '솔로파'로 갈렸다.

아빠는 강했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로 부성애 신드롬을 불러왔다. 그가 연기한 용구는 정신지체장애로 6세 지능을 가진 인물이다.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뒤에도 "이용구. 1961년 1월 18일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라는 자기소개를 할 정도로 순수한 인물이다. 하지만 딸 예승(갈소원, 박신혜)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진한 부성애를 갖춘 인물이다.

'소원'의 설경구는 과묵한 아빠다. 누구보다 가정을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건 어색하다. 하지만 성폭행 피해자가 된 초등학생 딸을 위해 자신의 상처는 뒤로한 채 범인 찾기에 몰두하고, 딸이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로 아빠마저 거부하자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몽 인형옷을 입고서라도 자식을 지켜주려 하는 모습은 이 시대의 말없고 속정 깊은 아버지의 모습 그 자체다.

송강호가 맡은 '관상'의 내경 역시 마찬가지다. 돈을 벌어 가문을 세우고 아들에게 좋은 걸 물려주고자 상경, 아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눈물샘을 자극한다. '왜 내경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대놓고 말해주진 않지만, 대신 심리 변화 과정을 몸으로 보여주며 관객이 흐름을 따라오도록 했다. 김종서(백윤식)을 처음 만난 순간의 떨림, 수양(이정재)의 진짜 모습을 본 뒤의 긴장감 등이 눈빛과 몸짓으로 고스란히 전해지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더했다.

'솔로파'도 만만치 않다. 하정우는 '더 테러 라이브'로 '믿고보는 하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제한된 공간에서 원톱으로 영화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기쁨 분노 슬픔 좌절 동정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치밀하게 풀어냈다. 주로 액션이 강한 캐릭터를 선보여왔던 그가 오랜만에 표준어를 쓰는 전문직 남성을 연기했다는 점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황정민은 조폭 연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정장에 슬리퍼를 신는 독특한 패션 감각, 해외 출장 선물이라며 짝퉁을 선물하는 센스, "어이 브라더"를 시작으로 펼쳐지는 구수한 사투리로 코믹한 설정을 갖췄다. 하지만 웃으며 사람을 때려 죽이고,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다(多)대 일로 칼부림을 벌이면서도 "들어와 들어와"라며 웃는 모습은 최대 조직의 2인자 다운 잔인함을 느끼게 한다. 푸근함과 잔혹함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갔던 그의 연기에 "더이상의 조폭 연기는 없다"는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 구관이냐, 새로운 왕이냐

청룡과의 인연도 살펴볼 만 하다. 설경구 송강호 황정민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설경구는 21회, 23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박하사탕'과 '공공의적'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송강호는 18회 청룡영화상에서 '넘버3'로 남우조연상을 받은데 이어 28회 시상식에서 '우아한 세계'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3회 청룡영화상에서 '로드무비'로 남우신인상을 받아냈던 황정민은 26회 시상식에서 '너는 내운명'으로 남우주연상까지 탔다. 그 유명한 '밥상론'이 나온 게 바로 이때다.

류승룡과 하정우는 새로운 도전이다. 류승룡은 33회 청룡영화상에서 '내 아내의 모든 것'으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바 있다. 그 기세를 몰아 남우주연상 수상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정우 역시 30회 청룡영화상에서 인기스타상을 탄 적이 있긴 하지만, 아직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올해는 '연기의 신'들이 맞붙은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이에 새로운 왕이 탄생할 수 있을지, 아니면 2관왕 혹은 3관왕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