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은 결국 '김주찬'일 수 밖에 없다.
KIA에서 이번 스토브리그에 사실상 유일하게 시장에 나온 FA는 외야수 이용규(28)다. 또 다른 FA 윤석민이 있지만, 이미 스스로 메이저리그 진출에 모든 것을 내건 이상 국내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올 확률은 낮다. 호타준족의 리드오프이자 넓은 수비 범위를 지닌 외야수 이용규. 분명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각광 받는 상품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용규가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없다. 원소속팀 KIA가 이용규를 잡으려는 의지가 확실한데다 이용규도 어지간하면 올해까지 9년 동안 몸담았던 KIA에 남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원소속구단 협상의 내용과 결과에 따라 이용규가 KIA의 테두리를 박차고 나와 다른 팀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KIA가 이용규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KIA가 이용규의 마음을 확실히 붙잡으려면 과연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할까. 이미 그 해답은 나와있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전격적으로 영입한 김주찬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된다.
2012시즌을 마치고 롯데에서 FA를 선언한 김주찬은 원소속팀 롯데, 그리고 외야수 보강에 전력을 기울이던 한화를 마다하고 KIA 유니폼을 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KIA의 영입 조건이 롯데나 한화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다. KIA는 김주찬에게 4년간 50억원을 제시해 팀으로 이끌었다.
이용규의 마음을 잡는 기준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여러모로 볼때 이용규와 김주찬 사이에 유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을 가진 외야수라는 유사성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김주찬의 경우 중심타선도 소화할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해 타점 생산능력에서 이용규를 앞선다는 점.
그러나 이용규의 장점도 만만치 않다. 이용규는 일단 김주찬보다 4살이나 어리다. 프로선수에게 '젊음'이란 큰 무기가 된다. 30대 중반에 도달하면 급격한 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가 나타나는데, 이런 점에서 이용규의 효용가치는 김주찬보다 크다.
또 타격의 정확성과 영리한 팀 플레이 그리고 넓은 수비 범위에서도 이용규는 김주찬보다 나은 면이 있다. 김주찬은 12시즌 동안 55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용규는 10시즌 동안 실책이 불과 13개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시즌 평균 출전경기수도 이용규가 104경기로 91경기(12시즌 1100경기)에 그친 김주찬을 앞선다. 내구성이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결국 이용규도 내심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플레이어인 김주찬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KIA의 협상 전략도 이런 점을 분명히 감안하고 짜여졌을 것이다. 관건은 이용규가 김주찬보다 나은 조건으로 계약하느냐, 아니면 그에 준하는 조건에 도장을 찍느냐다. 그보다 떨어지는 조건이라면 이용규도 생각을 달리 할 수 밖에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