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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FA 시장,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는 이상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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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8일 신청 마감이다. 자격을 갖춘 FA 중 해외 진출을 추진중인 오승환과 박경완(SK 2군 감독) 박기혁(롯데) 등은 신청서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민은 신청서를 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신청서를 최종 검토한 후 9일 승인 공시를 하게 된다. 그럼 10일부터 16일까지 FA들은 원 소속팀과 우선 협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결렬될 경우 17일부터 23일까지 타 구단과 교섭할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그 누구도 FA들의 몸값을 노출시키지 못한다. 협상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FA 시장 주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FA를 잡아야 하는 구단에선 이렇게 비싸서는 구단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선수들은 대놓고 금액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속내는 많은 돈이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구단의 살림살이는 그 다음 문제다. 이런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FA 시장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프로야구판의 빈부격차와 공멸 가능성 등을 우려한다.

이번 FA 대상자(오승환 윤석민 등 제외) 중 예상 금액 랭킹을 매기면 강민호 장원삼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 순이다. 이 빅5의 최근 시장 가격은 높다.

강민호는 70억~90억원(4년 기준 추정치), 장원삼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50억원(4년 기준 추정치) 안팎에서 얘기가 오가고 있다.

강민호는 심정수의 종전 최고 FA 금액(2004년 60억원) 경신이 확실하다. 그는 젊은 나이와 포수라는 희소성 그리고 국가대표라는 프리미엄을 갖고 있다.

강민호는 시장 가격을 매기는데 있어 기준이 되는 선수가 없다. 그래서 구단들은 강민호의 협상 출발점을 정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을 것이다. 역대 포수 FA 최고액은 2008년 조인성의 34억원이었다. 누구도 속시원하게 왜 강민호가 시장에서 돌고 있는 거액의 돈을 받을 만한 선수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조목 조목 따져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장원삼은 역대 투수 최고 FA 기록인 2007년 박명환의 4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장원삼은 박명환이 2007년 LG와 계약할 시점의 경기력과 성적 등을 비교했을 때 우위에 있다.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은 기준점이 이택근(넥센)과 김주찬(KIA)에서 출발한다. 이택근은 2년 전, 김주찬은 1년 전 나란히 50억원에 계약했다.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은 국내야구를 대표하는 리드오프 삼총사다. 프로 통산 성적도 통산 타율 2할9푼~3할 언저리로 비슷하다. 발이 빠르고 수비도 수준급이다. 국가대표 경력도 있다. 따라서 이들은 김주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용규의 경우는 28세로 상대적으로 3명 중 나이도 가장 젊다. 이종욱이 33세로 약간 불리할 수 있다.

구단들은 선수들의 요구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빅5는 원 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된 후 시장에 나갈 경우 타구단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정상 안 되지만 이미 물밑으로 타 구단의 비밀스런 제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원 소속 구단도 그럴 것으로 생각하고 우선 협상에 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리한 요구라도 수용하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런 FA 시장의 이상 과열 현상은 선수들 간의 빈부 격차를 더욱 부추기게 된다. 강민호가 역대 최고액으로 계약할 경우 그의 내년 연봉은 10억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현재 최고 연봉인 김태균의 15억원을 돌파할 수도 있다.

구단들의 살림살이는 한계가 있다. 1년 예산으로 250억~400억원 정도씩을 쓴다. 선수들의 인건비가 약 40~60% 정도 된다. 쓸 돈은 정해져 있고 FA를 통해 고액 연봉자가 발생할 경우 그만큰 다른 선수들에게 돌아갈 돈은 적게 된다. 마냥 인건비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면 연봉 격차가 자꾸 커지게 된다. 과거 프로야구 초창기의 연봉차는 몇 천만원도 아닌 몇 백원이 수두룩했다. 프로의 세계는 돈으로 말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선수들간의 위화감이 생기게 된다. 또 동기부여에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직 국내 야구팀들은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를 뺀 9개(10구단 KT도 포함)팀이 든든한 모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수익을 내는 것 보다 성적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들은 미친듯이 치솟고 있는 FA 금액 보다 가장 먼저 성적을 생각한다. 돈이 아깝기도 하지만 해당 선수를 잡지 못했을 때 팬들의 원성과 내년 성적이 걱정되는 것이다. 선수들도 이런 구조를 잘 알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태생부터 경제 논리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치적인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 또 대기업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 돌아갔다. 그렇게 출발해서 30년 이상이 흘렀다. 메이저리그 같은 스포츠산업 논리로 접근했을 때는 지금의 FA 시장은 리스크가 너무 큰 도박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공생이 아닌 공멸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