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만들겠다."
인생이 늘 장밋빛일 수는 없다. 때로는 궂은 비도 내리고, 폭풍우도 몰아친다. 그런 시련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이겨내면, 또 다시 장밋빛 나날들이 돌아오게 돼 있다. 그래서 '인생은 돌고 돈다'는 말이 설득력을 지니는 것이다.
KIA 2루수 안치홍은 올해 이런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됐다. 인생이 늘 순탄하게만 풀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 프로 데뷔 후, 아니 어쩌면 야구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생각대로 야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에 사무치도록 체감했기 때문이다. 안치홍에게 2013시즌은 '궂은 비 내리는 날'이자 '폭풍우 치는 밤'이었다.
2009년 KIA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안치홍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프로 생활도 매우 순탄하게 이어졌다. 팀에 입단하자마자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차더니 2009년 올스타전에서 최연소 MVP를 거머쥐었다. 그러더니 신인 첫 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까지 맛봤다. 안치홍의 데뷔 시즌은 온통 장밋빛이었다.
이런 흐름은 지난해까지 계속 이어졌다. 2010시즌에는 '2년차 징크스'를 간단히 무너트리면서 데뷔 시즌보다 성적을 끌어올렸다. 시즌 전경기(133경기)에 나와 타율 2할9푼1리에 8홈런 50타점 18도루를 기록했다. 데뷔 첫 해에 비해 타율은 5푼6리가 올랐고 타점은 12개 그리고 도루는 10개가 늘어난 수치다.
2011시즌에는 드디어 '타율 3할' 고지를 넘어섰다. 115경기에 나와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하며 데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찍었다. 정확도가 한층 늘어난 시즌이었다. 다만 허리 부상으로 인해 도루는 전년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도 안치홍은 팀의 주전 2루수로서 제몫을 톡톡히 해냈다. 무려 132경기에 나와 타율 2할8푼8리의 안정적인 성적을 냈다. 타점(64개)과 도루(20개) 등에서 모두 2009년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한 가지. 홈런(3개)은 역대 최소치였다. 이게 안치홍의 마음에 계속 짐으로 남고 말았다.
지난 시즌을 마친 안치홍은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폼을 조금 바꿨다. 장타력을 강화할 수 있는 스윙을 택한 것이다. 안치홍 스스로 데뷔 이후 점점 줄어드는 홈런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타격 폼 수정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게 패착이었다.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올해 안치홍은 데뷔 후 가장 저조한 타격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118경기에 나와 2할4푼9리 3홈런 39타점 16도루. 장타력은 살아나지 않았고, 오히려 정확성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꼴이 된 셈이다.
그러나 다행히 안치홍은 올해의 이런 실패를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안치홍은 "올해 참 많은 공부를 했다"고 했다. 생각만큼 야구가 안 되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겪다보니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것이다. 안치홍은 "2009년 프로 데뷔 후 이렇게 힘든 시즌은 처음이었다. 한 시즌이 참 길게 느껴졌다"면서 "그래도 젊은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한 것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올해의 경험을 잊지 않겠다"고 털어놨다.
특히 안치홍은 올해 실패의 원인이 됐던 타격 폼 수정에 대해서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결과적으로 타격 폼에 변화를 준 건 실패였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야구를 하다 보면 계속 변화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도전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2014시즌 안치홍의 목표는 매우 명확하다. 올해의 부진을 털어내는 것이다. 안치홍은 "2014시즌을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삼겠다. 반드시 개인적인 부진을 만회해서 팀의 우승에 보탬이 되겠다. 나아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자리에도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생의 쓴 맛을 살짝 맛본 안치홍이 과연 새로운 발전을 이뤄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