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사는 회사원 조모씨(32)는 요즘 비가 두렵다. 몇 달전 5000만원을 넘게 주고 외제 지프차를 샀는데 비가 샌다.
조씨의 차량은 크라이슬러코리아에서 수입하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 언리미티드. 오프로드용으로 특화된 차량이고 각진 외모와 강력한 구동성능으로 남성들에게 인기가 있다. 오프로드 차량의 대명사격인 4륜 구동 차량 지프는 최근 캠핑 바람을 타고 다시한번 주목을 받고 있던 터다.
조씨는 차를 계약한 뒤 7월 5일 차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이틀만에 비가왔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빗물이 실내로 뚝뚝 떨어졌다.
"깜짝 놀랐다. 물이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 뚝뚝 떨어졌다. 하드탑으로 차량 지붕을 수동으로 열수 있지만 한번도 열지 않았는데 차량 천장에서 누수가 됐다. 처음에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황당했다."
조씨는 곧바로 차량을 구매했던 딜러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돌아온 말은 "쓰리피스 하드탑(천장을 세 조각으로 분리해서 차등 개방이 가능한 차량)이라서 충분히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것. 이마저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조씨는 차를 산뒤 한번도 천장을 개방한 적이 없었다. 결국 열흘간의 누수 AS가 진행됐다. 새차를 받자마자 수리를 맡긴 터라 조씨는 마음이 불편하고 찜찜했다. 며칠 뒤 또 비가 왔고, 이번에도 차량에선 물이 떨어졌다.
2차 서비스센터 입고.
정작 문제는 어디서 비가 새는지 찾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 조씨는 "서비스 센터 기사님은 '완전히 비가 새지 않게 고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하고 차를 판 딜러는 '비오는 날에는 비닐을 차 위에 덮어두라는 둥, 실리콘으로 막아보라'는 둥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며 기막혀 했다.
조씨는 "여기저기 알아보니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해당 차량 피해자들이 있었다. 다들 따지고 따져도 해결이 되질 않으니 침묵하는 것 같다. 며칠전 비가 오자 또 물이 샜다. 같은 문제로 차를 세번이나 서비스 센터에 입고를 시킨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 싶다"며 허탈해 했다. 온라인 상에는 동일 차량 운전자들의 누수로 인한 고민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조씨는 "환불이나 신차교환은 어렵다고 해도 비는 안 들어오게 만들어 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답답해 했다. 크라이슬러코리아 본사에서는 취급설명서에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조씨는 "취급설명서에 '고압세차는 주의하고 지붕을 열고 닫을때 잘못하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취급설명서는 차를 사고 난뒤에 받는다. 차를 사기전에는 이에 대한 고지가 전혀 없었다. 팜플렛이나 홍보영상에도 물이 샌다라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 4일 스포츠조선이 운영중인 소비자인사이트(www.consumer-insight.co.kr)에도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고객의 불만 글을 접했다. 판매를 맡은 딜러측과는 현재 거래가 없는 상태다.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제대로된 케어를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죄송할 따름이고, 본사에서 좀더 명확한 사실규명을 통한 믿을 수 있는 서비스센터에서의 AS를 약속드린다. 3일안으로 해당 고객과 연락을 취해 면담을 하겠다. 이처럼 문제가 오래 지속된 적은 없었다. 본사 차원에서도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인사이트/스포츠조선=박재호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