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시즌 16경기를 치른 두산. 아쉽게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패했지만 두산은 가지고 있는 힘을 충분이 발휘했다. 특히 타선은 중요한 순간에 결과를 냈다. 코치가 선수들에게 보낸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노려치라'는 지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은 2회와 5회에 각각 3점씩 뽑아 7대2로 승리했다. 3-1로 앞선 5회초 무사에서 나온 김현수의 솔로 홈런은 삼성의 힘을 뺀 효과적인 한방이 됐다.
이 타석에서 김현수는 삼성 선발투수 윤성환이 1B에서 던진 커브를 완벽한 타이밍으로 스윙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현수는 "경기 전에 송재박 코치님과 장원진 코치님이 한 가지 공만 노리고 치라고 하셨어요. 노린 구종이 아니면 3구 삼진이라도 좋으니까 한 가지 구종만 노리라고 주문하셨습니다"고 말했다.
다음날 만난 송재박 타격코치는 "선수가 고민하지 않고 자신있게 나설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게 코치의 역할입니다. 포스트 시즌은 평상시와 달리 '3번 실패하더라도 1번 성공하면 좋다'는 생각으로 승부를 걸 필요가 있습니다. 윤성환의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중에서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까 하나를 선택해 노려치라고 지시했습니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노려치기를 선택한 두산. 삼성은 두산의 이런 선택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삼성의 세리자와 유지 베터리 코치는 이렇게 말한다. "타자가 노리는 구종과 투수가 던진 구종이 일치했을 때, 구종 선택이 전적으로 잘 못 된 것은 아닙니다. 던진 코스의 미스로 안타나 홈런을 맞을 수 있습니다."
투수가 던진 구종과 타자가 노린 구종이 같았을 때 중요한 것은 던진 코스와 타자의 스윙이라는 얘기다.
두산 타자에게 명확한 지시를 내린 송 코치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고 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9회초에 포수 최재훈이 2번이나 홈에서 주자를 막아낸 장면이다. "그런 모습은 처음봤다"고 감탄한 송 코치. 최재훈은 송 코치가 2군에서 지도했던 선수이다. 송 코치는 "그는 약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선수인데, 이번 포스트 시즌을 계기로 감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코치의 지시와 상관없는 집중력의 힘이었다.
한국시리즈 7차전 전날 밤에 송 코치는 꿈을 꿨다고 한다. "자주 꿈을 꾸는 편이 아닌데, 꿈에서 우리 팀이 7-0으로 이기고 있었어요."
아쉽게도 송 코치의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 선수들이 쌓은 경험이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