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머신' 박은선(27·서울시청)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WK-리그 감독들이 시즌이 모두 끝난 시점에서 돌연 박은선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묵은 성정체성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청을 제외한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간담회를 갖고 "내년 WK-리그에서 박은선을 뛸 수 없게 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결의 내용을 지난주 여자축구연맹측에 전달했다. 일부 구단에선 박은선이 경기에 계속 나설 경우 리그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강경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6일 열릴 WK-리그 단장회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시즌 서울시청의 박은선은 WK-리그를 사실상 지배했다.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다. 나홀로 19골을 몰아쳤다. 중하위권을 맴돌던 서울시청의 정규리그 2위와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은 박은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박은선에 맹활약 탓에 '부동의 강호'이자 디펜딩챔피언 고양대교가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박은선은 1m80-74㎏의 체격조건과 체력, 기술, 낮은 목소리 등으로 인해 공공연히 성별논란에 휩싸여 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자축구선수로 등록돼 그라운드를 누볐다. 2003년 아시아여자선수권과 미국 여자월드컵,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5년 동아시아대회에서 여자대표팀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최고의 시즌을 마친 후 퇴출 논란에 휩싸였다.
해외 가십에 오르내릴 법한 20대 여자축구선수의 성정체성 논란에 네티즌들도 뜨거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각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여자축구연맹 관계자는 '선수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한 선수의 인권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발언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박은선은 올시즌 갑자기 등장한 선수가 아니라 초등학교때부터 뛰어온 선수다. 이제 와서 갑자기 '퇴출'이 거론되니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