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 인천의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가 열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경기 전 만난 김호곤 울산 감독은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비록 상대가 그룹A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6위 인천이지만 이번 경기가 "중요한 고비"라고 했다. 그 속에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김 감독의 의중이 깔려 있었다. "ACL 진출권을 먼저 확정해야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다."
K-리그에 배당된 ACL 진출권은 총 3장이다. 리그 1~3위가 ACL 티켓을 획득한다. 그러나 올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한 포항이 3위 이내로 리그를 마칠 경우 4위까지 ACL 진출권을 차지할 수 있다. 김 감독의 ACL 진출 확정 시나리오는 여기서 시작됐다. 인천전 승리로 승점 67점을 획득하면 5경기를 남겨둔 5위 수원(승점 50)이 전승을 거둬도 울산은 최소한 4위를 확보하게 된다.
계획대로 1차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 울산은 3일 인천을 1대0으로 힘겹게 꺾고 승점 3점을 추가했다. 4연승을 질주하며 20승 고지를 점령한 울산의 승점은 67점(20승7무7패)이 됐다. ACL 진출의 마지노선이자 4위를 확보할 수 있는 승점 66점을 넘어섰다. 승부는 쉽지 않았다. 울산은 그룹A 진출 이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해 배수진을 치고 나온 인천의 강한 압박에 고전했다. 전반에 인천의 파상공세에 밀린 울산은 후반 30분에 터진 김용태의 헤딩 결승골을 앞세워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인천전 승리로 울산은 리그 우승에도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울산은 이날 부산을 3대1로 제압한 2위 포항(승점 62·17승11무6패)과의 승점 차를 5점으로 유지했다. 울산과 포항이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선두권은 34라운드의 모양새를 그대로 유지했다. 울산이 1위를 굳건히 지켰고, 포항이 간격을 유지하며 선두 추격을 지속했다. 35라운드에서 경기가 없었던 전북(승점 59·17승8무7패)은 울산과의 승점차가 8점으로 벌어졌지만 두 경기를 덜 치렀다.
울산의 ACL 진출 확정은 리그 우승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전망이다. 김 감독의 시선 역시 2차 목표인 리그 우승으로 향했다. 그는 "ACL 진출권을 얻을 수 있는 승점을 획득했으니 걱정을 덜었다. 다음 경기부터는 더 안정되게 경기를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제 승기를 잡아나가야 할 타이밍이다. 전북전에서 승리를 거두면 어느 정도 (우승에) 근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울산은 9일 열리는 36라운드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북과 맞닥뜨린다.인천=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