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용사' 김원일(27)이 포항 '더블의 꿈'을 살렸다.
김원일은 3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펼쳐진 부산과의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5라운드에서 1-1 동점이던 후반 24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24분 김승대가 올려준 코너킥을 보기 좋게 헤딩골로 연결했다. 타점 높은 헤딩으로 코너킥 공격을 마무리 하라는 황선홍 포항 감독의 지시사항을 보기좋게 수행해 냈다. 김원일의 득점으로 기세가 오른 포항은 5분 뒤 이명주의 쐐기골까지 보태면서 2년여 가까이 이어진 부산전 7경기 연속 무승(5무2패) 징크스를 털어냈다. 또 승점 62로 '60점 고지'를 넘어서면서 선두 울산을 추격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김원일에겐 부산전 골이 더욱 특별하다. 윤성효 부산 감독과의 인연이 숨어 있다. 김원일이 '해병대 1037기' 타이틀을 달게 된 배경엔 대학 시절의 아픔이 있었다. 윤성효 현 부산 감독이 이끌던 대학 최강 숭실대의 일원이었지만, 주전 자리는 다른 선수의 몫이었다. 상주나 경찰청에서 선수와 군복무를 병행하기엔 초라한 이력이었다. '고향(김포)에서 군대 문제라도 해결해보자'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해병대 입대 자원서를 냈다. 전화위복이었다. 해병대 생활로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얻었다. 제2의 출발을 하게 될 포항 스틸야드에서 프로의 꿈을 키웠다. 축구화를 내려놓을 수도 있었던 김원일의 마음은 2년여의 해병대 생활을 계기로 180도 변했다. 군 제대 후 김원일은 숭실대의 주전으로 거듭났고,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포항의 지명을 받기에 이르렀다. 윤 감독은 김원일에게 시련을 줌과 동시에 제2의 축구인생을 살게 한 장본인인 셈이다. 복잡한 감정에 얽힌 윤 감독 앞에서 역전 결승골을 넣었으니, 김원일의 기쁨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했다.
김원일은 "사실 전반전을 마치고 감독님이 코너킥 공격을 지적하셨다. 후반전에 키커를 바꾸고 내게 '언제든 볼이 온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는데,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부산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다니는 경기가 많아 우리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내 골로 기회를 잡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 이야기를 꺼내자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뿌듯한 마음을 담은 웃음이었다.
선두 울산과의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승점차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울산이 포항에겐 여전히 부담이다. 팀 승패와 직결되는 최전선인 수비라인의 중심인 김원일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김원일은 "언젠가 한 번은 (울산을 제칠)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