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요미우리가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맞붙게될까.
삼성 류중일 감독의 '원하는대로' 시리즈가 아직 막을 내리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하는 아시아시리즈도 류 감독이 원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조짐이라 눈길을 끈다.
삼성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7대3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밀려 벼랑끝에 몰렸었지만, 마지막 3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전무후무할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 "2010년대 프로야구 최강팀을 만들겠다"던 삼성 류중일 감독이 약속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3연패 위업을 달성한 것 뿐 아니다. 류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생애 최고로 기억에 남는 시리즈를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실제 그렇게 됐다. 아무리 강한 삼성이라지만 두산에 먼저 3승을 내줬을 때 삼성의 우승 가능성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역대 3패 후 시리즈를 뒤집은 팀은 단 한 팀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0%의 확률을 삼성이 깼다. 자연스럽게 류 감독 생애 최고의 한국시리즈가 됐다. 류 감독은 "이상하게 감독직을 맡은 후 말을 꺼내면 그대로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그럴려고 한 게 아닌데 정말 기억에 남을 시리즈가 됐다"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류 감독이 강력히 바라는 시나리오가 다시 한 번 실현될 조짐이다. 아시아시리즈 얘기다. 삼성은 오는 15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하게 된다. 류 감독은 아시아시리즈에 대해 "FA인 오승환, 장원삼이 변수지만 선수 전원을 데려가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대만 라미고 몽키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2년 전 아시아시리즈 우승팀이었기에 꼭 명예회복을 해야한다는게 류 감독의 생각. 특히, 지난해 대만에 패한 것도 분하지만 그 패배 때문에 일본 최강이라는 요미우리와 붙지 못한게 한스러웠다. 류 감독은 "요미우리와 정말 붙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라쿠텐에게는 미안하지만 요미우리가 재팬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면 좋겠다"며 껄껄 웃었다.
삼성의 우승이 확정된 날, 재팬시리즈는 라쿠텐이 3승2패로 요미우리에 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양팀의 6차전. 라쿠텐 선발이 일본 최고 에이스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였다. 때문에 류 감독 본인도 라쿠텐의 우승을 조심스럽게 예상하면서 요미우리의 선전을 바랐던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요미우리가 최강 다나카를 넘어서 6차전 승리를 챙겼기 때문이다. 분위기, 전력 등을 고려했을 때 삼성과 같이 분위기를 가져온 요미우리가 7차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진게 사실이다. 그렇게 된다면 삼성은 아시아시리즈에서 요미우리와 아시아 최강 자리를 놓고 겨룰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연, 말만 꺼내면 실현된다는 류 감독의 농담 섞인 진담이 다시 한 번 힘을 발휘하게 될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