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성남-강원전 후반 9분, 박진포의 동점골이 터졌다. 0-1 상황에서 김철호의 크로스가 강원 수비수 배효성을 맞고 굴절되며 수비수 박진포의 발 앞에 뚝 떨어졌다. 파워풀한 오른발 슈팅이 작렬했다. 직후 성남 서포터석으로 내달렸다. 오른쪽 가슴의 성남 일화 엠블럼에 입을 맞췄다. '성남이 사랑한 수비수' 박진포가 성남 유니폼을 입고 102경기만에 터뜨린 프로 첫골이었다.
박진포는 지난 6일 제주전에서 2년7개월1일만에 프로 100경기를 찍었다. 신태용 전 감독 아래 2011년 28경기, 2012년 40경기를 나섰다. 올시즌 안익수 감독 아래서 33경기 가운데 30경기에 나섰다. 경고누적으로 못 뛴 경기를 제외하곤 전경기를 소화했다. 2011년 입단한 16개 구단 동기선수 가운데 가장 빨리 100경기를 돌파했다. 30년 프로축구 역사를 통틀어 11번째다. 2010년 이후 기록으론 지난해 에스티벤(울산, 2년6개월29일)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최단기간 100경기 기록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살펴보면 '감독들이 사랑하는 선수'다. 프로 데뷔 이후 짧은 기간동안 감독들의 눈도장을 지속적으로 받았다는 뜻이다. 골키퍼 신의손(2년4개월30일), 최은성(8위, 2년6개월22일)처럼 포지션의 특성도 있지만, 대부분이 팀 전력에 꼭 필요한 '언성히어로'이자 '팀플레이어'들이다. 한시즌을 부상없이 버텨낼 수 있는 강인한 체력은 물론 경고, 퇴장 등에 대한 철저한 자기관리도 뒤따라야 한다.
박진포는 스승들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표했다.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들 덕분이다. 신태용 감독님은 초반에 실수도 많이 하고, 부족했던 내게 기회를 주셨다. 수비수 출신의 안익수 감독님께는 기술적,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감독님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100경기중 가장 기억에 남는 2경기는 극과 극이다. 첫번째는 포항과의 프로데뷔전이다. 데뷔전에서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앞이 캄캄했던 순간이다. 동료 골키퍼 하강진(경남)의 선방 덕분에 실점을 면했다. 하강진이 공공연히 "내가 박진포를 살렸다"고 호언하는 이유다. 두번째는 1년차에 경험한 기적같은 FA컵 우승이다.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며 웃었다.
박진포는 성남의 '에너자이저'다. 성남의 악명높은 서킷 프로그램에서 언제나 1~2위를 놓치지 않는다. 올시즌 박진포는 기록면에서도 성장했다. 1-2년차에 연속 3도움을 기록했던 박진포는 올시즌 1골5도움을 기록했다. 최근 스포츠조선 프로축구선수랭킹 '그룹A가 탐낼 만한 그룹B 선수'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오른쪽 풀백이다. 지치지 않는 체력, 동료들을 향한 희생과 헌신으로 매경기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준다. 저돌적인 오버래핑으로 '원톱' 김동섭을 향해 올리는 크로스는 압권이다. 프로 2년차에 캡틴 완장을 찰 만큼 강인한 멘탈을 갖췄다. 8월 강원전 도중 그라운드에 넘어지며 왼손이 골절됐다. 전치 8주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수술을 권했다. 아픔을 참고 뛰었다. 성남 일화의 운명이 안갯속이던 그 무렵, 박진포는 간절했다. "성남에서 100경기를 채우지 못할까봐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자신을 믿고 키워준 성남에서 100경기를 채우기를 원했다. 반깁스를 한 채 이를 악물고 경기에 나섰다.
박진포의 프로 100번째 경기, 제주전은 성남시가 시민구단 창단을 발표한 후 열린 첫경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팀에서 100경기를 채울 수 있어 행복하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고개숙였다.
프로 102번째 경기, 강원전(1대2 패)에서 짜릿한 프로 데뷔골을 넣고 팬들을 향해 내달렸다. 가슴을 수놓은 7개의 별, 성남 엠블럼에 키스했다. "나의 팀, 성남에 바치는 골"이라고 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