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4차전을 앞두고 최준석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고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5차전에서 2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그리고 6차전. 1-1로 팽팽한 접전을 이루던 5회. 삼성 차우찬의 145㎞ 바깥쪽 높은 공을 그대로 통타, 비거리 135m의 좌중월 장외홈런을 터뜨렸다. 소름을 돋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그는 완벽하게 '폴 몬스터(Fall monster)'였다. 마치 월드시리즈 맹타를 휘두르고 MVP를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 데이비드 오티스의 '데칼코마니'같은 모습.
시즌 전 일본 미야자키 전지훈련장이 오버랩됐다. 당시 최준석은 항상 배고파했다. 당시에도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고 했다.
고질적인 무릎부상. 결국 지난해 10월 수술대에 올랐다.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충실한 재활을 했다. 그러나 부활을 위해서는 2% 부족했다.
가장 큰 문제는 120㎏이 넘는 몸무게였다. 무릎에 최대한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몸무게 조절이 필수였다.
여유로운 다이어트는 그에게 사치였다. 무조건 적게 먹었다. 야식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저녁도 무조건 야채 위주로 먹었다. 결국 15㎏을 줄였다.
중요한 것은 체지방 수치. 34%에서 23%로 줄었다. 몸무게가 많이 줄었지만, 최준석이 괴력같은 파워를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지옥같은 재활과정을 이겨냈지만, 여전히 벽은 높았다. 극심한 경쟁체제의 두산 내야진은 질과 양에서 타구단을 압도했다. 주전 경쟁 자체가 너무나 힘들었다.
수비범위가 좁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오재원과 김현수가 1루수로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고, 오재일까지 가세했다.
결국 최준석은 시즌 내내 대타 혹은 교체요원으로 타석에 나서는 빈도가 높아졌다. 결국 100경기에서 2할7푼, 홈런 7개에 그쳤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항상 벤치에서 자신의 타석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매 경기 성실한 최준석의 모습에 두산 김진욱 감독은 "정말 대단한 선수다. 자신이 뛸 기회가 부족하지만, 항상 대비한다. 그런 모습이 다른 선수들에게도 매우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포스트 시즌이 왔다. 최준석은 여전히 대타요원이었다. 하지만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가 극도로 부진했다. 결국 제 위치인 좌익수로 돌아갔다. 최준석의 타격감은 절정이었다.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온 결실이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4회 최준석은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5차전 연장 13회 결승홈런을 터뜨렸다. '가을 괴물'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봉중근을 무너뜨리는 우월 솔로홈런을 날렸다. 바깥쪽 공을 제대로 된 예측타격으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5차전 2개의 홈런. 그리고 6차전 5회 장외홈런을 날렸다. 포스트시즌에서만 무려 6개의 홈런. 한국시리즈에서만 3개의 타구를 펜스 너머로 보냈다.
그는 시즌 중에도 몸무게에 대한 부담으로 항상 배고파했다. '가을 괴물'로 변한 최준석. 마음껏 홈런을 먹고 있다. 팀은 패했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최준석의 홈런포였다.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