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이지만 아쉬운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두산은 2-1로 앞선 5회말 선발 유희관을 핸킨스로 교체했다. 유희관은 5회 선두 박한이에게 좌전안타, 채태인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한 뒤 최형우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이어 박석민을 좌익수플라이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때 두산 벤치는 유희관을 내리고 핸킨스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유희관의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였다. 투구수 자체로는 교체할 시점이 맞았다. 하지만 다음 타자가 왼손 이승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왼손 유희관을 한 번 더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던 상황. 핸킨스는 마운드에 오르자마자 이승엽을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 몸쪽 공을 던지다 우전적시타를 얻어맞았다. 두산 내야진이 전진수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승엽은 핸킨스의 공을 정확히 잡아당겨 1-2루간을 뚫었다. 2-2 동점이 되면서 경기 흐름은 삼성으로 넘어갔다.
핸킨스는 다음 타자 김태완과 진갑용을 범타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핸킨스는 6회말 수비 실책까지 겹치면서 한꺼번에 5점을 내주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선두 정병곤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핸킨스는 배영섭을 '스리번트'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박한이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으며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여기에서 두산의 선택은 만루 작전. 채태인을 고의4구로 내보냈다.
하지만 최형우 타석에서 결정적인 실책이 나왔다. 핸킨스는 최형우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두산 3루수 이원석이 홈으로 던진 것이 3루주자 정병곤의 손을 맞고 뒤로 빠지면서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2-4로 두산이 리드를 빼앗겼다. 이원석의 송구 실책이 주어졌다. 포수 양의지가 약간 오른쪽으로 비켜서서 공을 유도했어야 하는 상황에서 이원석은 홈으로 '정확히' 송구하는 바람에 주자를 맞히고 말았다.
1사 2,3루서 다음 타자는 박석민. 핸킨스가 포스트시즌서 첫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투수 교체를 고려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산 벤치는 핸킨스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박석민은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핸킨스의 한복판 변화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주자 2명을 모두 불러들였다. 스코어를 4점차로 더욱 벌어졌다. 핸킨스는 이승엽을 땅볼로 잡았지만, 2사 3루서 김태완에게 좌중간 2루타를 내주며 점수를 더 얹어줬다.
두산 벤치는 뒤늦게 핸킨스를 사이드암스로 변진수로 교체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됐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