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힘겨운 소송을 벌인지 14년 만에 국내 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1일 광주지법 민사 12부는 양금덕 할머니 등 원고 5명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양 할머니 등 피해 당사자인 원고 4명에게 1억5천만 원씩, 사망한 부인과 여동생을 대신해 소송을 낸 유족 1명에게는 8천만 원 등 모두 6억8천만 원의 위자료를 미쓰비시가 배상하도록 했다.
이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원고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뒤 "정부가 피해를 외면하는 동안 15년 가까이 소송을 하고 이 자리까지 온 데는 시민단체와 일본의 양심 있는 이들의 힘이 컸다"며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강제 징용 피해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시민과 양국 정부 사이의 응어리진 감정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근로정신대 할머니 6명은 지난 1999년 3월 1일 일본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지만 14년여 만에 국내 법원에서는 승소하게 됐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은 "1944년 8∼9월 일본 히로시마 기계제작소로 강제 동원 돼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했다"며 "특히 이듬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돼 피폭됐는데도 피난장소나 식량 등을 제공받지 못해 죽음의 위기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쓰비시 측은 다른 소송 전례에 비춰 이번 판결에도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 당사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재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피할 곳을 찾는다면 더 큰 범죄행위"라며 "헌법을 고치지 않는 한 대한민국에서 일제 전범기업의 안락처는 이제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일본 소송의 원고였다가 2009년 숨진 김혜옥 할머니의 묘소가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으며 전남대 용봉문화관에서 시민 보고대회를 열어 판결의 의미를 공유했다. <스포츠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