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 끝내기 상황에서 나오는 대주자. 이런 선수 기용이 홈을 파고들기 위한 결정이 아닐 때가 있다. 이 때 등장하는 대주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2011년 7월 11일 벌어진 야쿠르트-요미우리전. 연장 11회말 2-2 동점 상황에서 야쿠르트는 2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이 때 야쿠르트 벤치는 1루 주자로 대주자 가와모토를 내보냈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가면 끝내기 승이 되는 상황인데, '왜 1루 주자를 바꾸나?'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하지만 대주자 기용이 득이 됐다. 아오키(현 밀워키)가 친 타구는 2루 베이스 옆으로 가는 땅볼이 됐다. 이 공을 잡은 2루수는 공을 잡자마자 포스아웃을 시키려고 2루 베이스에 들어간 유격수에게 공을 던졌는데, 주자가 간발의 차로 세이프가 됐다.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어 야쿠르트는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필자가 이 장면을 떠올린 이유는 한국시리즈 2차전의 한 장면 때문이다 . 1-1로 맞선 10회말. 삼성은 1사 1,3루의 끝내기 찬스를 만들었다. 이 때 삼성은 1루 주자인 최형우 대신에 강명구를 기용했다. 타석에는 채태인. 필자는 1루 주자 강명구의 역할은 위에 거론한 야쿠르트 처럼 내야땅볼이 됐을 경우 2루 포스아웃을 막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강명구가 채태인의 초구 때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1사 2,3루가 됐고, 두산 배터리는 채태인과 승부를 하지 않고 고의4구로 만루작전을 선택했다. 1사 만루에서 삼성은 후속타 불발로 점수를 뽑지 못하고 이닝을 마쳤다.
강명구가 도루를 시도하지 않고 두산 배터리가 채태인과 승부를 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류중일 감독은 그 때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명구에게 뛰지 말라는 지시는 안 했어요. 도루에 성공하면서 1루가 비었고, (채)태인이 뒤에 (이)승엽이가 있어 태인이를 고의4구로 안 내보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강명구의 기용은 도루를 해도 괜찮고, 1사 2,3루가 됐을 때 채태인의 타구에 따라 3루 주자가 죽어도 이승엽 타석 때 한 번 더 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도였다.
그러면 강명구는 자기 역활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그는 "코치님(김태균 1루 베이스 코치)이 '가라"는 지시를 했어요"라고 했다. 김태균 코치도 "100%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선스와 코치간의 의사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결과적으로 고의4구를 유발한 강명구의 도루는 불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하지만 한 삼성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는 "강명구가 뛰었을 때 두산 포수 최재훈이 악송구를 하면 그 사이에 3루 주자가 홈을 파고들 수도 있었다. 그걸 감안한다면 뛰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대주자 기용과 도루 시도에 관한 정답은 없어 보인다. 팽팽한 승부에서 일어나는 작전과 선수기용. 이것이 야구의 묘미이고, 한국시리즈는 이런 다양한 생각이 오가는 최고의 무대라고 느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