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의 법칙이 새로 탄생하는가.'
2013시즌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뚜껑을 열자마자 묘한 확률게임 승부로 펼쳐지고 있다. 이른바 '1차전의 아이러니'다. 삼성과 두산의 혈투가 한층 흥미로워지는 이유기도 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역대 세 번째로 만난 삼성과 두산은 각자 특이한 한국시리즈 법칙을 품고 있었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통산 5차례 우승을 했다.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매번 1차전을 승리한 뒤 우승컵을 거머쥐는 기분좋은 흔적을 남겼다.
2002년 LG와의 KS 1차전에서 4대1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2005년(대 두산), 2006년(대 한화), 2012, 2013년(대 SK)이 다 그랬다.
반면 우승에 실패한 나머지 9번의 KS에서는 1차전에서 패한 경우가 7번에 달했다. 나머지 2번은 각각 무승부와 승리한 뒤 뒤집힌 경우다.
확률로 따지면 1차전 승리시 우승 확률 100%, 승리를 거두지 못할 경우 실패 확률 89%인 셈이다.
반면 두산은 삼성과는 거의 반대다. 역대 7번의 KS에서 3차례 우승을 달성할 때 어김없이 1차전에서 패한 뒤 역전에 성공했다. OB 시절 1982년 첫 우승을 할 때 삼성과의 1차전에서 비긴 뒤 2차전에서 패했다가 역전에 성공하는 등 곰처럼 우직한 뒷심의 명수였던 것이다.
우승을 놓친 나머지 4번의 KS에서는 첫 경기에서 승리한 것과 패한 경우가 각각 50%였다.
이같은 양 팀의 역사를 보면 1차전의 승-패 법칙이 굳혀지는 듯 하다. 그런데 24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1차전에서 두산이 삼성에 7대2로 승리하면서 뜻밖의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묘한 확률에 빠져 앞으로 전개될 한국시리즈가 더욱 궁금해지게 생겼다.
두산의 과거 한국시리즈 역사에서 보면 왠지 불안한(?) 첫승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삼성의 확률게임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삼성은 1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우승 달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 사례를 의식한다면 24일 1차전에서 이긴 두산도, 패한 삼성도 모두 꺼림칙해질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존재한다. 삼성과 두산의 극과 극 1차전 운명이 올해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여기에 두산의 또다른 '숫자놀음'도 흥미를 끌 전망이다. 이른바 '83%'와 '0%'의 대결이다. 83%는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팀이 결국 우승에 성공한 확률(총 29회 중 24회·1982년 1차전 무승부 제외)을 말한다.
반면 0%는 정규리그 4위팀이 우승에 성공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음을 뜻한다.
두산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부터 이날까지 8경기에서 무려 8할8푼(7승1패)의 승률을 자랑하며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는 중이다. 두산이 과연 0%의 장벽을 넘고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인가.
이번 1차전에서 선취점을 뽑았다가 역전패한 삼성에게도 믿고 싶은 구석이 있다. 1차전 선취점을 뽑은 팀이 우승할 확률이 67%로 그리 나쁘지 않다.
말 그대로 확률이라 그대로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대신 해당 구단은 물론 야구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즐기는 긴장감을 높여주는 데는 손색이 없다.
그래서 올해 한국시리즈에 더더욱 눈길이 간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