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인 레다미스 리즈는 완벽했다. 딱 한번의 위기만 있었을 뿐. 그리고 그 한번의 위기도 절묘하게 넘겼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 두산에는 리즈에 강한 타자들이 많았다. 홍성흔은 10타수 4안타(0.400), 김현수는 11타수 4안타(0.364), 정수빈이 5타수 2안타(0.400)를 기록했다. 그 중에 포수 양의지도 있었다. 정규시즌서 6타수 2안타로 비교적 강한 모습.
양의지는 17일 LG와의 PO 2차전서 선발 마스크를 썼다. 넥센과의 준PO 2차전서 교체 선수로 나온 이후 줄곧 최재훈이 마스크를 썼다. 이날은 두산 김진욱 감독이 양의지를 내세운 것은 체력이 떨어진 최재훈에게 휴식을 주면서 리즈에게 강한 양의지에게 공격적인 도움도 기대를 했다.
2-0으로 LG가 앞선 5회초에 호투하던 리즈에겐 위기가, 양의지에겐 찬스가 왔다.
홍성흔의 내야안타와 오재원의 볼넷이 나오며 1사 1,2루가 된 것. 게다가 리즈가 오재원에게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스트레이트 볼넷이 된 상황. 정규시즌 때도 리즈가 잘 던지다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두산으로선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리즈는 갑자기 제구가 안된 빠른 직구 대신 변화구로 양의지를 상대했다. 제구가 불안한 리즈의 공을 기다린 양의지에게 던진 초구는 127㎞의 커브. 볼이 됐지만 의외의 공이었다. 첫 타석에서 159㎞의 빠른 공에 3구 삼진을 당했던 양의지에겐 직구가 머릿속에 가득했겠지만 2구째도 직구가 아닌 다시 커브였다. 이번엔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왔다. 3구째 직구가 149㎞로 느렸다. 보통 투수들이라면 가장 빠른 공이겠지만 이날 최고 160㎞의 빠른 공을 뿌렸던 리즈로서는 제구를 위해 느리게 던진 것. 양의지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지만 파울.
볼카운트 1B2S에서 4구째 공이 바깥쪽 높게 들어왔고 양의지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무리하게 잡아당긴 타구는 유격수 정면. LG 유격수 오지환이 깔끔하게 잡은 타구는 2루-1루로 매끄럽게 이어지며 병살타가 됐다.
사실 리즈의 공은 실투였다. 가운데로 오다가 떨어뜨릴 목적으로 130㎞의 커브를 던졌는데 높게 형성된 것. 만약 가운데로 들어갔다면 안타로 연결될 수도 있었지만 덜 꺾여 높게 들어오면서 빠른 공에 대비했던 양의지에게 범타를 유도하는 공이 됐다.
중대한 고비를 슬기롭게 넘긴 리즈는 이후 8회까지 단 한명의 주자도 출루시키지 않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