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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 이상열 vs 김현수, 사실상 실패한 '원포인트 릴리프'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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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은 각자 특성에 맞게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로 보직이 나눠져 있다. 이 가운데 중간계투는 또 등판 상황에 따라 롱릴리프나 추격조 혹은 필승조 그리고 '원포인트 릴리프'로 분화된다. 여기서 특이한 보직이 바로 '원포인트 릴리프'다.

'원포인트 릴리프'는 경기 중반 이후 득점권 상황에서 잘 치는 좌타자가 타석에 나왔을 때 등장한다. 대부분의 경우 이 좌타자를 봉쇄하기 위해 왼손 투수가 나오는데, 임무는 오직 한 가지다. 해당 타자에게 '적시타'나 '진루타'를 내주지 않는 것이다. 딱 한 명만 제대로 처리하면 임무 완수다. 마치 전장에서 '스나이퍼(저격수)'와 흡사하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이 '원포인트 릴리프'가 등장했다. 2-2로 맞선 두산의 7회초 공격. 선두타자 이종욱의 우전안타와 2번 정수빈의 희생번트로 두산이 1사 2루의 득점 기회를 잡았다. 타석에는 이날 2안타를 친 두산의 간판타자 김현수가 등장했다. 그러자 LG 벤치가 움직였다. 좌타자인 김현수를 봉쇄하기 위해 베테랑 '원포인트 릴리프' 이상열을 투입한 것이다.

프로 18년차 이상열은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원포인트 릴리프'다. 이런 상황을 무수히 많이 경험했다. 그래서 LG 벤치도 확신을 갖고 이상열을 투입했다. 시즌 상대전적도 좋았다. 이상열은 올해 김현수와 5번 만나 1번 밖에 안타를 맞지 않았다. 1점이 아쉬운 LG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날의 '원포인트 릴리프' 작전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단 이상열은 김현수에게 안타는 맞지 않았다. 철저한 바깥쪽 승부로 내야 땅볼을 유도하긴 했다. 초구와 2구를 슬라이더로 몸쪽에 붙여 볼카운트 1B1S를 만든 이상열은 이후부터는 4개의 공을 연속으로 바깥쪽 낮은 코스에 던졌다. 김현수의 헛스윙을 유도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고, 설령 김현수가 치더라도 3루수와 유격수쪽 타구를 유도해 2루 주자가 3루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한 볼배합이다.

그러나 노련한 김현수가 이런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에 담긴 의도를 모를리 없었다. 3구째 슬라이더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와 1B2S로 불리해지자 4구째 낮게 떨어지는 커브를 파울로 걷어냈다. 그러자 이상열은 5구째에 바깥쪽 꽉 찬 코스로 직구를 던졌지만 이게 약간 빠졌다.

볼카운트는 2B2S. 타자가 조금 더 힘을 낼 수 있는 볼카운트다. 여기서 이상열이 선택한 공은 바깥쪽 낮은 슬라이더였다. 이런 공은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헛스윙이나 3-유간 땅볼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김현수는 이 코스의 공을 예상한 듯 힘껏 당겨쳤다. 안타보다는 진루타를 만들려는 목적타였다.

결국 타구는 2루수 앞으로 굴렀다. 그 사이 2루 주자 이종욱은 3루를 밟았다. LG의 '원포인트 릴리프' 작전은 결과적으로는 절반만 성공한 것이다. 김현수를 잡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진루타는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2사 3루가 됐고, 두산은 후속타자 최준석의 3루 땅볼 때 LG 3루수 정성훈의 송구 실책에 편승해 결승점을 올렸다. 이렇게 보면, 김현수에게 진루타를 내준 이상열의 '원포인트 릴리프' 투입은 실패쪽에 가까웠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