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가 다음 시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수원삼성과 함께 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올시즌 K-리그 챌린지에 합류한 수원FC는 수원종합운동장을, 수원 삼성은 2001년 5월 개장 이래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 수원FC와 수원삼성은 같은 연고지만, 태생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수원FC는 수원시의, 수원삼성은 모기업의 지원을 받는다. 규모에서도 차이가 있다.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되지만, 두 팀은 같은 연고를 쓰는 진정한 더비관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 수원FC가 '잠재적 라이벌' 수원삼성의 홈구장을 공유하자고 나선 이유가 있다. 내년 수원종합운동장의 보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원종합운동장의 잔디는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맞는 사계절형이 아닌 한국형이다. 당장 보수공사를 할 수 있는 예산을 편성받지 못한 수원FC는 연맹으로부터 1년 유예기간을 받았다. 수원FC는 잔디 뿐만 아니라 조명 등 전반적인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운동장 보수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시에 예산을 올린 상태다.
문제는 다음시즌이다. 공사가 들어가면 배수공사부터 다시 해야하는데 겨울에는 현실적으로 작업이 쉽지 않다. 빨라도 2월말에 시작인데 시즌은 3월부터다. 당장 경기를 할 곳이 필요하다. 수원내에는 8000명 이상 들어가는 구장이 수원월드컵경기장 밖에 없다. 수원FC는 올 초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함께 쓰는 방안을 요청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다음시즌 일정을 짜야하는 연맹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만약 수원FC가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한다면,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한구장을 두 팀이 쓰는 사례가 된다.
'한지붕 두가족'은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유럽의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과 1860뮌헨이 알리안츠아레나를, 이탈리아의 AC밀란과 인터밀란이 산시로를 함께 쓰고 있다. 유럽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경기장 소유권을 구단이 아닌 제3자가 갖고 있다. 알리안츠아레나는 알리안츠 아레나 뮌헨 스타디온 GmbH가, 산시로는 밀라노시가 소유권을 갖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 역시 경기도(60%)와 수원시(40%)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경기장 소유권측에서는 더 많은 임대 수익을 위해 경기장 공유를 선호한다. 관중들 입장에서도 더 좋은 시설을 누릴 권리가 있다. 뮌헨의 경우 1972년 뮌헨올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된 뮌헨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으나 관중들의 편의를 위해 축구전용구장인 알리안츠 아레나를 공유하고 있다. 경남FC와 창원시청 역시 같은 이유로 창원종합운동장 대신 창원축구센터를 공동으로 활용 중이다. 잔디 생육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수원FC와 수원삼성의 수원월드컵경기장 공유는 월드컵경기장 적자 해소와 수원축구팬들의 편의라는 점에서 더 나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