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잡는 것'을 임무로 갖고 있는 선수다. '잡을 포(捕)'에 '~하는 사람'을 뜻하는 수(手)를 조합해놨다. 영어식 명칭으로도 '잡는 사람'을 뜻하는 'catcher'다. 투수가 던지는 공이든 수비가 던지는 공이든, 일단 잘 잡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잡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호시탐탐 도루를 시도하는 상대팀 주자다. 다음 베이스를 노리고 불시에 튀어나가는 주자를 총알처럼 빠른 송구로 잡아내는 게 포수의 또 다른 임무다. 특히나 경기 초반에 포수가 정확한 송구로 주자를 잡아내면 기선 제압에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두산이 LG와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하는 미션이다.
천신만고끝에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에 오른 두산은 피로도가 무척이나 많이 쌓였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5경기를 치렀는데, 이중 3번이 연장 혈투였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피로감을 진하게 느낀다. 그나마 승리의 쾌감이 이런 피로도를 어느 정도 상쇄해주고 있지만, 전력 누수가 적지 않다.
반면 정규시즌 2위 LG는 시즌 종료 후 열흘이 넘게 휴식을 취하며 힘을 쌓아왔다. 경기 감각이 약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되지만, LG 김기태 감독은 연습경기와 자체 홍백전을 통해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도 해왔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확실히 체력과 몸상태로만 따져보면 LG가 두산보다는 훨씬 낫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진 상황을 감수하고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면 시간이 갈수록 두산이 힘들어진다. 결국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확실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
초반 기선제압을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런데 현 상황에서 두산의 전력을 고려해볼 때 가장 쉽게 고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포수들의 강력한 송구능력을 바탕으로 한 도루 저지다. LG도 올해 도루를 139개(5위)나 한 빠른 팀이다. 단기전에서 초반 득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자가 나가면 얼마든지 도루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한 번의 송구로 무산시키면 오히려 수비측의 사기가 더 살아난다.
다행히 도루 저지능력에 관해서라면 두산이 LG를 월등하게 압도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 양팀은 각각 윤요섭-현재윤(이상 LG), 양의지-최재훈(이상 두산) 등 2명의 포수를 포함시켰다. 도루 저지력은 두산이 크게 앞선다. 양의지는 올해 3할4리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했고, 최재훈은 무려 3할8푼7리나 된다. 반면 LG는 저조하다. 윤요섭이 2할4푼이고, 현재윤은 겨우 1할7푼9리 밖에 안된다. 기록에서 차이가 확 부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