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한번에 내복 한벌'이란 말이 있다. 가을비가 내린 다음에 큰 폭으로 떨어지는 기온 탓에 몸관리에 유의하라는 뜻.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하루 전인 15일. 가을비가 대지를 촉촉하게 적셨다. 옛 말 틀린 법 없다. 다음날인 16일, 진짜 내복 한벌 준비해야 할만큼 수은주가 곤두박질쳤다. 잠실벌에서 LG-두산의 '한지붕 두가족' 서울라이벌 팀의 플레이오프 첫 축제가 열리는 날. 심술 궂은 가을 추위가 찾아왔다. 서울 아침기온은 섭씨 6.1로 역시 쌀쌀했던 전날보다도 7도 정도 더 내려갔다. 1차전이 시작되는 잠실구장 오후 6시 예보는 섭씨 16도. 경기 중·후반에는 10도~12도쯤될 전망이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예기치 못한 변수가 되기에 충분하다. 과연 어느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 까. 속단하기 어렵다. 다양한 변수를 예상해볼 수 있다.
통상 1차전은 '얼음' 게임이다. 시리즈를 통틀어 놓고 볼 때 긴장도가 가장 높다. 긴장된 마음에 추위까지 겹쳐 몸까지 굳으면 공-수에 걸쳐 베스트 경기력을 선보이기다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두산은 조금 낫다. 불과 이틀 전까지 넥센과 피 말리는 혈투를 벌이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적당한 예방주사를 맞고 온 셈. 물론 뚝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이 굳기는 마찬가지. LG-두산의 포스트시즌이 가져올 용광로 같은 열기가 미칠 긴장감도 풀고 가야 할 장애물이다.
두산에 비해 LG는 조금 불안하다. 선수 각자의 경험이 있고 없고를 떠나 팀의 포스트시즌 자체가 무려 11년만이다. 한국과 일본에 대표팀까지 산전수전 다 겪은 이병규 같은 베테랑 선수조차 "1차전 경기 당일이 되면 긴장 될 것 같다. 워낙 오랜만이서 긴장보다 설레임이 더 많다. 즐거운 설레임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적당한 긴장감은 실수를 예방하는 백신. 하지만 과도하면 탈을 일으킨다.
양 팀 선발 투수들도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 특히 몸이 덜 풀릴 초반, 특히 1회 승부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LG 류제국과 두산 노경은 모두 정통파 투수지만 변화구 의존도가 높은 편. 날씨가 쌀쌀하면 손이 곱아 변화구 제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날일 수록 투수들은 가능한 한 빠른 템포의 승부가 바람직하다. 수비 시간이 길어질 경우 야수들의 몸이 굳어 순간 반응이 늦어질 수 있다. 추위를 극복하고 얼마만큼 공격적 피칭을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주루플레이나 수비에서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날이 차가울 경우 충돌에 의한 부상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뚝 떨어진 수은주. 잠실벌 축제 첫날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리즈 전체 향방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1차전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는 날씨 변수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