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불펜의 경험을 믿는다."
201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일단 넥센과 두산이 치른 준플레이오프를 돌이켜봤을 때, 시리즈를 한 마디로 정의해보자면 '불펜시리즈'로 이름을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불펜 투수들의 활약에 양팀이 웃고 울었다.
LG와 두산, 한지붕 라이벌이 치를 플레이오프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전망. 큰 긴장감 속에 치러지는 포스트시즌 경기는 많은 점수가 나지 않는 팽팽한 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 승부는 마지막 불펜 싸움에서 갈리는게 일반적이다.
양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여러 전망,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LG가 조금 더 유리한 부분이 있으니 바로 불펜 싸움이다. 선수들의 객관적인 기량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두 가지에서 LG 불펜이 앞서는 게 있다. 첫째는 누구나 다 알고있는 체력. 두산 불펜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며 많은 공을 던져 힘이 빠진 가운데, 특별한 엔트리 교체가 없었다. 반면, LG 투수들은 정규시즌 종료 후 푹 휴식을 취했다. 자체 훈련과 연습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는 바로 경험이다. 큰 경기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 홍상삼 오현택 변진수 윤명준 정재훈 등이 두산의 필승조인데 정재훈, 홍상삼 정도를 빼면 아직 큰 경기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다. 반면, LG는 이동현 정현욱 류택현 이상열 유원상 봉중근 등이 필승 계투조로 나선다. 유원상을 빼면 모두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다. 유원상도 나이는 어리지만 올해 WBC 대표팀에 다녀오는 등 경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LG 불펜의 핵심이자 마무리 투수인 봉중근은 "경험적인 측면에서는 우리 불펜이 조금 더 낫지 않나 싶다. 나 스스로도 내가 등판하기 전 불펜 형들이 노련하게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며 "불펜 투수들끼리 '타자들이 2~3점 정도만 뽑아주면 우리 힘으로 막아보자'라고 결의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봉중근의 각오는 더욱 특별하다. 마무리 투수로서 준플레이오프 경기들을 보며 느낀 점들이 많다고. 봉중근은 "절체절명의 순간 흔들리는 불펜 투수들을 보며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대처해야겠구나'라는 마인드컨트롤을 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됐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봉중근은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3이닝 동안 60개 이상의 공을 던진 것에 대해서도 "나에게도 그럴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 그리고 그렇게 던질 수 있게 몸과 마음의 단련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단기전에서는 보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팀이 승리할 수 있다면 이닝, 투구수 등은 전혀 개의치 않고 던지겠다"고 말했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