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박신혜 등 젊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김은숙 작가가 집필을 맡아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SBS 수목극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이하 상속자들)이 지난 9일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에서 '상속자들'은 청춘물 답게 상큼한 분위기로 전국 시청률 11.6%(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이민호-박신혜, '명불허전' 대사'빨'
역시 '상속자들'의 최대 강점은 톡톡 튀는 배우들이었다.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통해 톱스타 대열에 들어선 이민호는 4년만에 다시 한번 '까칠남' 캐릭터를 맡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지지 말아야 할 아픔까지 갖고 태어난 제국 그룹의 차남 김탄 역을 맡아 완벽히 소화해낸 것.
그와 함께 박신혜 특유의 '캔디형' 연기도 빛을 발했다. 그동안 박신혜는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넌 내게 반했어' '이웃집 꽃미남'등을 통해 '캔디형'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이 분야의 대표 배우(?)처럼 인식돼왔다. 그만큼 차은상 캐릭터는 박신혜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첫 방송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최근까지 진행된 미국 촬영에서도 친근한 분위기에서 연출을 맡은 강신효 PD와 함께 세심한 부분까지 상의하면서 작품에 대한 열정을 과시해 앞으로를 더 기대케 했다.
김은숙 작가의 센스있는 대사도 눈길을 끌었다. 카페 서빙, 치킨 배달, 주방 보조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차은상이 푸념으로 "나에게 허락된 천국은 알바천국 뿐"이라고 외치는 것이나 김탄의 "내가 미국에 온 건 유학이 아니라 유배"라는 대사는 김 작가 특유의 잔재미를 느끼게 하는 대사들이었다.
▶몰입감 업그레이도 要
반면 '시크릿 가든'이나 '신사의 품격'처럼 첫 방송에서 시청자를 휘어잡는 몰입감을 선사하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이 있다. '시크릿가든' 1회에서 주원(현빈)이 이탈리아제 트레이닝복을 입고 길라임(하지원)을 만나러 가는 과정과 만나서 일어나는 일들은 보는 이들의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했다. 첫 방송에서 이미 2회 시청자들을 확보해놨다는 말이다. 이는 '신사의 품격'에서 김도진(장동건)과 서이수(김하늘)의 만남도 그랬다. 하지만 '상속자들'의 첫 회는 캔디형 드라마의 전형에 그쳤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드라마를 쓰는 김 작가의 신념을 통해 안도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김 작가는 '상속자들' 제작발표회에서 "새롭게 만든 이야기나 새로운 소재가 아닐 경우에는 굉장히 다르고 반 보 앞선, 대중들이 상상치 못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다"며 "그래서 에피소드를 꾸리거나 대사를 쓸 때 신경을 많이 쓴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그의 말은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주목해야할 점은 강 PD와 김 작가가 처음 만났다는 것이다. 김 작가는 최근까지 주로 신우철 PD와 손잡고 작품을 만들어왔다. 김 작가의 대본은 그의 말처럼 "클리셰(진부한 표현) 덩어리"다. 이런 작품에서 특유의 재미를 뽑아내려면 연출자와 작가는 끊임없이 대화해야하고 밤낮 없이 노력해야한다.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이들의 '케미'가 완벽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한국에서 늘 승승장구했지만, 해외에서 한국에 비해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작품이 부족하다. 때문에 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작정한 듯, 아시아에서 통할 수 있는 '영스타'들을 대거 투입했다. '상속자들'이 김 작가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표 작가로 만들어 줄 수 있을까.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